“코로나19 바이러스, 대변에서도 검출”…에어로졸 감염 우려 ↑

입력 2020-02-20 17:45
허난성에서 바이러스 샘플 실험을 하는 연구진.AFP연합뉴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구강 뿐아니라 항문에서 채취한 검체와 혈액에서도 검출됐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는 대변에 섞인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주변을 오염시키거나 화장실의 하수도를 거쳐 에어로졸 형태로 전파될 가능성을 더욱 높여주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중국 우한바이러스연구소와 우한 폐병원 연구팀이 국제학술지 ‘신종 미생물과 감염’'(Emerging Microbes and Infections)에 발표한 최신 논문에 따르면 우한에서 코로나19 확진을 받고 10일째 치료 중인 환자 15명을 대상으로 항문에서 면봉으로 검체를 채취해 분석한 결과 4명(26.7%)이 바이러스 양성으로 확인됐다.

특히 환자들이 감염의 후반 단계로 갈수록 구강에서 채취한 검체보다 항문에서 채취한 검체에서 양성률이 더 높았다.

검체 채취 실험 첫날에는 구강 면봉의 바이러스 양성률이 50%로, 항문 면봉(25%)보다 높았지만, 실험 5일째에는 구강 면봉의 양성률이 25%로 낮아졌고, 항문 면봉의 양성률이 37.5%로 높아졌다.

일부 환자의 경우 혈청 검사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됐지만, 구강 검체에서는 음성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바이러스가 계속 증식하는 상황에서도 구강 검체에서는 음성이 나오는 등 검사가 완벽하지 않을 수 있다”며 “구강 검체뿐아니라 항문과 혈청 검체를 이용해야 검출률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번 연구 결과는 에어로졸을 통한 바이러스 전파 가능성과 연관이 있다. 연구팀은 “이는 코로나19가 호흡기, 대변-구강 또는 체액 경로들을 통해 전파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당시 홍콩의 한 아파트에서 321명이 감염됐는데, 이는 한 감염자가 용변을 보고 물을 내린 뒤 바이러스가 포함된 에어로졸이 배수구 등으로 퍼진 것으로 추정됐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지난 19일 코로나19 확산과 관련, “상대적으로 밀폐된 환경에서 장시간 고농도의 에어로졸에 노출된 상황”을 전제로 “에어로졸을 통한 전파 가능성도 있다”고 처음으로 공식 인정했다.

한편 퉁차오후이 베이징 차오양병원 부원장은 “코로나19는 50세 이상 고령 환자가 많고 병의 진행 속도가 사스보다 훨씬 빨라 초기 조치를 못하면 환자가 곧바로 호흡 기능을 상실하는 상태에 이른다”며 사스보다 치료가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코로나19는 폐에 가장 심한 손상이 가고, 폐 외에도 심장과 신장, 장 등 여러 기관의 기능을 파괴한다”고 덧붙였다.

왕천 중국공정원 부원사는 코로나19의 특성에 대해 “사스와 같은 병은 숙주가 사망하면 사라지는 특징이 있지만, 코로나19는 독감처럼 인간 사회에 장기적으로 존재하는 만성 질병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