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28·토트넘 홋스퍼)이 벼락같은 슛으로 올 시즌 13호 골을 터뜨렸다. 상대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한때 왕조를 세웠던 ‘거함’ 맨체스터 시티(맨시티)다. 토트넘은 슛 총합과 공 점유율에서 모두 맨시티에 압도됐지만 불과 세 차례 찾아온 기회에서 집중력을 발휘해 승리를 낚아챘다. 손흥민은 그중 한 번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손흥민은 3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맨시티와 가진 2019-2020 프리미어리그 25라운드 홈경기에 선발 출전해 1-0으로 앞선 후반 26분 승부에 쐐기를 박은 추가골을 넣었다. 손흥민의 리그 7호 골.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를 포함한 올 시즌 득점은 13개로 늘어났다.
손흥민은 토트넘 입단 2년차인 2016-2017시즌에 21골로 개인 최다 시즌 득점 기록을 썼다. 이 기록까지 앞으로 8골이 남았다. 새해 전후의 부진을 끊고 최근 3경기 연속 골을 터뜨린 손흥민의 상승세를 감안하면 불가능한 도전이 아니다. 토트넘은 리그에서 13경기를 남기고 있다. FA컵과 UEFA 챔피언스리그 토너먼트에서도 생존해 있다. 앞으로 손흥민의 득점 기회가 많이 남았다는 얘기다.
토트넘의 주제 무리뉴 감독은 이날 4-2-3-1 포메이션에서 손흥민을 이례적으로 오른쪽 공격수로 배치했다. 손흥민의 원래 위치는 왼쪽 공격수다. 토트넘 공격진은 전반전만 해도 맨시티의 강한 압박에 봉쇄돼 슛조차 제대로 때리지 못했다. 프리미어리그 사무국이 경기를 마치고 집계한 슛 총합은 맨시티가 18차례, 토트넘이 3차례였다. 공 점유율도 맨시티가 67.4%로 토트넘(32.6%)을 압도했다.
승부를 가른 것은 집중력이었다. 토트넘은 슛 3개를 유효 슛으로 기록한 반면, 맨시티의 슛은 불과 5개만 골문으로 향했다. 맨시티가 슛을 남발하는 동안 살아난 쪽은 토트넘이었다. 맨시티는 후반 10분 수비수 올렉산드르 진첸코가 토트넘 미드필더 해리 윙크스에게 가한 반칙으로 경고 누적에 따른 퇴장을 당하면서 수적 열세에 놓였다.
결국 선제골은 토트넘의 몫이 됐다. 네덜란드 PSV 에인트호번에서 토트넘으로 이적해 프리미어리그 데뷔전을 치른 공격수 스테번 베르흐베인은 후반 18분 맨시티 페널티박스 아크 인근에서 오른발 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이때부터 맨시티의 압박이 느슨해졌다. 맨시티가 만회골을 넣기 위해 대열을 전방으로 끌어올리자 손흥민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손흥민은 후반 26분 탕기 은돔벨레의 스루패스를 상대 페널티박스 정면 외곽에서 받은 뒤 오른발 슛을 골문 왼쪽 구석에 찔러 넣었다. 손흥민의 슛은 몸을 날린 맨시티 골키퍼 에데르송의 손에 거의 닿을 뻔했지만 그대로 빨려 들어갈 정도로 빠르고 강했다.
손흥민은 이 득점으로, 2016-2017시즌부터 시작된 펩 과르디올라 감독 체제의 맨시티를 상대로 제이미 바디(6골·레스터시티)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5골을 넣은 선수가 됐다. 손흥민은 구단 채널 ‘스퍼스TV’와 인터뷰에서 “골을 넣어 행복하다”면서도 “선수들이 강한 정신력으로 승리한 것이 더 기쁘다”고 말했다.
토트넘은 이날 승리로 리그 20개 팀 중 5번째로 10승(7무 8패·승점 37) 고지를 밟았다. 순위는 ‘빅4’의 문턱이 5위로 반등했다. 2위 맨시티는 중간 전적 16승 3무 6패(승점 51)로 순위를 지켰지만 ‘무패 선두’ 리버풀(승점 73)과 20점 넘게 벌어진 승점을 좁히지 못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