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조선·건설 침체에…철강업계 ‘이러지도 저러지도’

입력 2020-01-29 16:48
현대제철CI. 현대제철 제공


철강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철광석 등 원가 상승 압박이 심화되고 있지만 수요 산업인 자동차, 조선, 건설업계가 최근 수년간 부진을 겪으면서 원가 상승분을 판매가에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탓에 실적에 먹구름이 낀 것이다.

업계가 전년 대비 악화된 지난해 실적을 내놓고 있다. 현대제철은 29일 오후 ‘2019년 경영실적 컨퍼런스콜’을 열고 지난해 영업이익이(연결 기준)이 3313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전년 대비 67.7% 감소한 수치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1.3% 줄어든 20조5126억원을 나타냈다.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3%포인트 낮아진 1.6%를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 매출은 전년보다 9.2% 감소한 4조8218억원, 영업손실은 1479억원을 나타냈다.

오는 31일 지난해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는 포스코도 전망이 어둡다. 시장에서는 포스코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1조원을 밑돌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포스코의 분기 연결 영업이익이 1조원을 밑도는 것은 2017년 2분기 이후 10분기 만이다.

철강업체들이 실적 하락으로 전전긍긍하는 데는 수요 침체에 따른 판매량 감소 영향이 크다. 수요보다 공급이 증가하면서 판매단가는 하락했다. 여기에 조선, 자동차 산업이 업황 부진을 이유로 가격 인상을 미뤄달라고 요구하면서 그 타격은 고스란히 철강업계에 전달됐다. 하반기 건설 수요가 줄면서 철근·형강류의 판매량도 줄었다.

업계 관계자는 “철광석 가격이 지난해 한 때 t당 120달러까지 급등했음에도 자동차강판·조선용 후판 등 주요 제품에 대한 가격 반영이 난항을 겪으면서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감소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사업 구조개편과 미래 성장동력이 될 수 있는 신사업을 통해 올해 실적 개선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포스코는 베트남 자회사 SS비나의 지분 49%를 지난 연말 일본 형강 전문회사인 야마토 스틸에 매각하는 등 사업 구조 개편을 추진 중이다. 오는 2028년까지 철강, 비철강, 신사업의 수익 구조 비율을 40:40:20으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현대제철은 글로벌 자동차소재 전문 제철소로서의 역량을 집중해 미래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나섰다. 안동일 현대제철 사장은 올초 업계 신년인사회에서 “수익성 제고 차원에서 강관 사업부 매각 검토를 진행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자동차소재 부문에 전사적인 역량을 집중해 올해 글로벌 자동차강판 판매를 100만t까지 신장시키는 것이 목표”라면서 “주요 글로벌 완성차 업체에 대한 소재·부품 인증 확대에 나서 내년까지 247종의 강종을 개발 완료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