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부산시로 불똥 튄 르노삼성 노사 갈등

입력 2020-01-13 16:28

파업 중인 르노삼성자동차 노동조합이 부산시의 적극적인 중재를 요구하고 나섰다.

르노삼성차 노조는 13일 오후 1시부터 부산시청 앞 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부산시는 르노삼성 측과 공생관계를 맺고 있는 만큼 사측의 부실은 부산시에도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르노삼성차 측이 노조의 파업에 맞서 ‘부분 직장폐쇄’로 반격하자 부산시를 압박해 노사협상 테이블의 중재자로 앉히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르노삼성 노조는 “지난해 6월 오거돈 부산시장이 중재자로 참여한 가운데 노사 상생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며 부산시의 철저한 기업 감시를 당부하고 오 시장의 적극적인 개입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노조 측 관계자는 “지난 5년간 순이익 8000억원이 배당 등의 이유로 프랑스로 흘러나갔다”면서 “외국인 투자 기업이 부산에서 빠져나갈까 봐 눈치만 본다면 르노삼성차는 앞으로 쌍용자동차나 GM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노조 측은 사측의 경영 능력에도 문제가 있다는 주장했다. “7가지 종류의 차량을 생산할 수 있는 부산 공장에 현재 3종만 생산 중”이라며 “사측이 르노 클리오, 마스터, QM3, 전기차 등 수입차 판매에만 치중하는 등 신형 모델 개발이나 투자가 없다는 것이 회사 위기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르노삼성차에 따르면 공장 전체 임직원 2172명의 80%에 달하는 1752명이 출근했다. 노조원으로만 보면 1727명 중 1264명(73.2%)이 출근했으며, 파업에 참여한 조합원은 463명(26.8%)으로 집계됐다.

이에 앞서 노사는 지난해 임금협상 과정에서 기본급 인상을 두고 사측과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노조는 지난달 20일 “무분규 사업장으로 거듭나겠다”고 했던 노사 상생 약속을 깨고 6개월 만에 다시 파업에 들어갔다. 파업 초기부터 지속해서 떨어지던 파업 참가율이 지난 10일 26%로 떨어지자 노조는 ‘게릴라 파업’으로 전술을 바꾸는 한편, 서울 강남구 역삼동 르노삼성 본사 앞에서 상경 집회를 열었다. 이에 사측은 직장폐쇄를 강행해 주간 조업만 이어오고 있다.


문제는 노사갈등 해결을 위해 부산시가 중재자로 나선다고 하더라도 해결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노사는 결국 돈을 원하고 있고 사측은 인건비 상승은 물량 수주를 어렵게 함으로 돈을 못 주겠다는 것이 대립의 원인만큼 부산시가 중재할 수 있는 역할의 폭이 크지 않다는 평가다.

르노삼성차 부산공장은 수출 물량을 책임지던 닛산 로그 위탁 생산이 지난해 종료되면서 올해 ‘XM3’을 생산할 예정이지만, 유럽 수출 물량을 받지 못하면 내수 시장으로 버텨야 한다. 이런 가운데 최대 주주인 르노·닛산 얼라이언스가 카를로스 곤 전 회장의 체포 등 대내외 악재 속에 휘청대면서 르노삼성차를 제대로 지원하지 못하고 있는 점도 우려된다.

지금껏 르노삼성차 노사는 파업에 직장폐쇄로 대응하면 장외 집회에서 나서고 손해배상으로 압박하는 절차를 반복하면서 갈등이 장기화·악순환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노사 갈등을 지켜보는 시민들의 실망도 커지고 있다.

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