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는 띄웠는데 내홍 커지는 보수통합… 한국당은 “일단 간다”

입력 2020-01-12 17:48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10일 부산 수영구 한국당 부산시당에서 열린 2020년 신년 인사회에 참석, 연설을 하고있다. 뉴시스

혁신통합추진위원회(통추위) 출범으로 일단 닻을 올린 보수통합 논의가 내홍을 거듭하고 있다. 새로운보수당은 통합 원칙 천명 등의 조건을 내걸고 있지만, 자유한국당은 통합을 향해 ‘일단 간다’는 입장이다. 신당 창당까지는 두 세력의 기 싸움이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12일 페이스북 글을 통해 검찰 인사와 문재인 대통령을 비판하며 “뭉치지 않으면 대한민국은 없다. 함께 뭉쳐 대한민국을 살리자”고 밝혔다. 심재철 원내대표도 기자간담회에서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탄핵의 강을 건너니 마니 하는 이야기는 지금 단계에서 부질없다”며 “과거 일에 매달리면 미래를 놓친다. 탄핵의 티읕(ㅌ)을 꺼내는 시간조차 아깝다”고 말했다.

새보수당은 유승민 의원이 제시한 ‘보수재건 3원칙’을 한국당이 공식적으로 발표할 것을 계속 요구하고 있다. 탄핵의 강을 건너자, 개혁보수로 나아가자, 새집을 짓자는 게 3원칙이다. 통합 내용을 한국당 공식 기구에서 의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정병국 새보수당 의원은 “통추위 구성안에 대해 새보수당은 추인 절차를 거쳤는데 한국당에선 아직 그런 절차가 없었다”며 “공식적으로 추인 절차 등을 거치지 않았으니 그 다음 수순을 밟아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새보수당이 통합 논의에 건건이 제동을 거는 것은 일종의 ‘지분’ 싸움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통합 이후 공천에서 새보수당의 몫을 요구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흡수 통합이 아닌 신당 창당을 목표로 삼은 것도 새보수당이 한국당 밑으로 들어간다는 인상을 주지 않으려는 차원으로 읽힌다. 새보수당과 통합 논의를 해온 한국당 의원은 “새보수당도 그냥 들어올 수는 없으니 이것저것 요구를 하는 것인데, 어찌 됐든 큰 그림에서의 통합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언주 미래를향한전진4.0(전진당) 창당준비위원장이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2020년 시무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독자적으로 창당 작업을 하고 있는 무소속 이언주, 이정현 의원과도 통합 논의가 진행 중이다. 황 대표는 지난 11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이정현 의원 장녀 결혼식에 직접 참석했다.

황 대표는 이언주 의원과도 만나거나 통화를 해왔다. 이 의원은 “서로 할 말들이 많겠지만 자꾸 말장난을 반복하며 기 싸움을 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라며 통합의 속도전을 요구했다. 이 의원은 13일 조경태 한국당 최고위원, 이준석 새보수당 젊은정당비전위원장 등과 함께 보수통합 토론회를 연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귀국 후 보수통합 논의에 참여할지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일단은 양대 기득권 정당과는 다른 길을 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보수통합 논의에 거리를 두면서 중도 세력을 규합하려는 전략이지만, 인물 ‘안철수’만으로 정치세력화에 성공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새보수당 내부에선 안 전 대표의 모호한 중도 노선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안 전 대표가 국론 분열 상황으로까지 치달았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문제 등 중대한 사안에 대해 소신을 밝힌 적이 없다”거나 “안 전 대표가 변화와 혁신에 적합한 인물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와 같은 지적이 제기된다. 다만 한 의원은 “보수통합 논의는 중도 세력까지 다 아우르는 ‘이기는 통합’이 돼야 한다”며 안 전 대표와의 통합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내다봤다.

심희정 김경택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