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에서 발생한 우크라이나 여객기 추락 사고로 캐나다가 슬픔에 빠졌다. 탑승자 176명 전원이 사망한 가운데 캐나다인이 63명이나 되기 때문이다. 캐나다 국적은 아니더라도 직장을 다니거나 학교를 다니는 등 캐나다 연고 탑승자까지 합치면 무려 138명이나 된다.
CBC 방송 등 캐나다 언론은 8일(현지시간) 캐나다인 희생자 중 가족, 대학교수 및 학생이 많았다고 전했다. 이번 추락 사고로 교수나 학생이 희생된 대학은 워털루, 브리티시컬럼비아, 웨스턴, 토론토 등 모두 13곳으로 파악됐다. 참변을 당한 학생들은 가족이나 친척이 있는 이란에서 겨울방학을 마치고 캐나다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캐나다 언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키예프를 경유하는 노선은 캐나다 토론토와 이란 테헤란을 잇는 가장 저렴한 노선이다.
우크라이나항공(UIA) 소속 보잉 737 여객기는 이날 오전 이란 수도 테헤란 이맘호메이니 국제공항에서 우크라이나 키예프를 향해 이륙한 직후 엔진 1개에 불이 나면서 고도 2.4km 지점에서 추락했다. 사고로 승객 167명과 승무원 9명 등 탑승자 176명 전원이 숨졌다. 희생자들은 이란인 82명, 캐나다인 63명, 우크라이나인 11명(승무원 9명 포함), 스웨덴인 10명, 아프가니스탄인 4명, 독일인 3명, 영국인 3명으로 파악됐다. 한때 이란인 희생자가 147명이라는 집계가 나온 것은 이란계 캐나다인을 비롯한 이중국적자를 포함한 수치로 추정된다.
최악의 인명 피해가 발생하자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이번 사고 원인 조사에 캐나다가 적극적으로 참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트뤼도 총리는 “캐나다 국민이 의문을 가진 만큼 대답을 들을 권리가 있다”면서 “캐나다 정부는 사고 원인을 완벽하게 규명하기 위해 국제사회와 긴밀히 협조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미국과 이란의 무력 충돌이 고조되면서 이란 미사일 격추설까지 나왔지만 실제 원인 파악을 위한 국가간 협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란 당국은 “엔진에서 불이 나면서 여객기가 추락했다”는 초기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해외 언론 역시 보잉 737-800 여객기 추락 직후 해당 기종이 엔진 결함이 과거에 있었으며 미사일에 의해 추락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한편 엔진 결함으로 비행기가 손 쓸 틈 없이 추락하는 경우는 극히 드문데다 UIA 승무원들이 베테랑이었다는 점에서 오류 발생 가능성이 낮다는 주장도 나온다. 게다가 이란이 사고 여객기의 블랙박스를 미국에 넘기지 않겠다고 하면서 이란이 사고를 은폐한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