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검찰이 공개한 고유정의 휴대전화 기록에는 현 남편에 대한 원망과 분노, 의붓아들에 대한 질투가 뒤섞여 있었다. 검찰은 이를 고유정이 의붓아들을 계획적으로 살인했음을 입증하는 새로운 정황 증거로 제시했다.
제주지법 형사2부(부장판사 정봉기)는 6일 오후 전남편과 의붓아들 살해 혐의로 기소된 고유정에 대한 열 번째 공판을 진행했다. 재판에서는 고유정이 현 남편(의붓아들 친부)과 친정엄마와 나눈 통화, 메시지 기록이 공개됐다.
이날 검찰이 공개한 내용을 보면 ‘전처와 낳은 아이는 지키고, 너와 나 사이에 있는 아이는 너 자식이라는 생각도 없었겠지?’ ‘나를 기다렸다는 사람이 버젓이 네 아들(의붓아들) 사진만 올리면 다른 새끼들은 뭐가 되니?’ ‘그리도 각별한 당신 가족과 얼마나 잘 사는지 죽은 새끼(유산한 아이)랑 지켜보마’ 등의 문자 메시지를 현 남편에게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아이를 유산한 것과 관련해서 ‘2㎝도 안 되는 형체가 어떤 여자의 배에 왔다 갔다. 상실감이 크다. 당신 입장에선 당신 아들(의붓아들)이 사라지는 기분과 같은 거야. 그러면 와닿을까?’라는 등의 표현으로 유산에 대한 슬픔과 허탈, 분노 등 복합적인 감정을 나타냈다.
이외에도 고유정은 ‘너의 모든 것을 다 무너뜨려 줄 테다’ ‘너한테 더한 고통을 주고 떠날 것이다’는 등 범행 동기로도 볼 수 있는 내용의 문자를 여러 차례 현 남편에게 보낸 것이 밝혀졌다.
이 가운데 검찰은 의붓아들 사망 1주일 전인 2019년 2월 22일 오후 현 남편과 싸우는 도중 고유정이 “음…. 내가 쟤(의붓아들)를 죽여버릴까”라고 말한 녹음내역을 공개했다. 검찰은 “고씨가 이 발언을 하기 1시간 전에 인터넷으로 4년 전 발생한 한 살인사건 기사를 검색했는데, 의붓아들 살인사건과 매우 유사한 점이 있다”며 계획적인 살인의 한 정황 증거라고 주장했다.
검찰에 따르면 고유정이 검색한 사건은 50대 남성이 치매에 걸린 모친의 얼굴을 베개로 눌러 질식시켜 죽인 사건이다. 검찰은 “해당 사건에서 부검을 통해 밝혀진 모친의 사인은 비구 폐쇄성 질식사였고, 당시 부검서에는 베개로 노인과 어린이의 얼굴을 눌러 질식시켰을 때 흔적이 남지 않는다는 내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정에서는 고유정이 친모와 나눈 통화 내용도 공개됐다. 고유정은 의붓아들이 죽었다는 소식을 들은 고유정의 모친이 슬퍼하는 기색을 보이자, “그러지 마, 우리 애기 아니니까”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검찰은 또, ‘고유정이 울고 있어서 쳐다보니 눈물은 안 흘리고 소리만 냈다’는 경찰 수사보고 내용도 제시했다.
고 씨는 지난해 3월 2일 오전 4∼6시께 의붓아들 홍모(6) 군이 잠을 자는 사이 몸을 눌러 숨지게 한 혐의(살인)를 받고 있다. 5월 25일 오후 8시 10분부터 9시 50분 사이에는 제주의 한 펜션에서 전 남편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하고 버린 혐의(살인·사체손괴·은닉)도 받고 있다.
재판부는 오는 20일까지 결심공판을 마무리한 뒤 내달 초 선고할 예정이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