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수행 횟수 조용원→김여정→현송월 순으로 많았다

입력 2019-12-29 11:15
김정은 위원장이 김여정(왼쪽)·조용원(오른쪽) 노동당 제1부부장과 함께 말을 타고 있다. 연합뉴스

올 한 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공개 활동이 군사와 경제 부문에 집중됐다. 미국의 제재·압박에 맞서 ‘자위적 국방력’과 ‘자력갱생에 의한 경제건설’ 노선을 천명하고 선두 지휘한 의미로 볼 수 있다. 김 위원장을 가장 자주 수행한 사람은 조용원 당 제1부부장이었다. 조 부부장을 이어 김여정 당 제1부부장과 현송월 당 선전선동부 부부장이 뒤를 이었다.

연합뉴스는 29일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매체 보도와 통일부 자료를 토대로 집계한 결과 김 위원장은 올해 1월부터 이날 현재까지 정상회담과 행사 참석, 현지지도 등 83회의 공개활동을 한 것으로 분석됐다고 보도했다.

새 무기의 시험발사 지도 등 군 관련 활동과 민생 경제 행보는 각각 24회(28.9%)로 전체 활동에서 절반을 넘으며 큰 비중을 차지했다. 정치부문 22회, 정상회담과 외교 10회, 사회·문화 활동이 3회로 뒤를 이었다.

김 위원장은 ‘하노이 노딜’이후 북미 및 남북관계 경색 속에서 초대형 방사포를 비롯해 새로 개발한 무기들의 시험 발사를 현장에서 11차례나 지켜보고 남북 접경 창린도 방어부대의 해안포 사격 등 군사훈련도 지휘하며 체제 수호 의지를 드러냈다.

북한 김정은 바짝 뒤따르는 현송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월 3일 함경북도 경성군 중평남새온실농장과 양묘장 조업식에 참석했다고 조선중앙TV가 4일 보도했다. 중앙TV가 공개한 사진에서 김 위원장을 지근거리에서 수행하는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장 겸 당 선전선동부 부부장의 모습이 보인다. 연합뉴스

한편으론 재개발 중이던 삼지연 일대와 양덕 온천관광지구 건설장을 수차례 다녀가고 준공 테이프를 직접 끊는가 하면, 금강산관광지구를 찾아 남측 시설을 허물고 새로 조성하라고 지시하는 등 자력 의지를 과시했다.

산업시찰 때면 간부들을 질책하면서 인민에 헌신을 연출하고 성지로 일컫는 백두산을 두차례 등정하며 국제사회의 제재와 고립으로 어수선한 내부 분위기를 다잡았다.

올해 김 위원장의 정상외교도 대외활동 10회 중 6회로 돋보이는 대목이다. 김 위원장은 평온에서 대결로 치달은 올해 한반도 정세의 명암 속에서 정상외교로 유리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애썼다.

정월 초하루 신년사 발표 후 1주일도 안돼 첫 대외활동으로 중국을 방문,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에 앞서 시진핑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북중 수교 70주년을 맞는 올해 6월 시 주석이 집권 이후 처음으로 방북하자 김 위원장은 취침시간을 뺀 모든 시간을 시 주석과 밀착 동행하며 최고로 예우했다. 앞서 4월 말에는 집권 이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을 갖고 비핵화를 위해 대북 체제 안전 보장이 이뤄져야 한다는 공동 입장을 끌어냈다.

또 김 위원장은 하노이 회담 결렬에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판문점 회동 제의를 즉각 수용하고 친서를 교환하며 정상간 신뢰를 유지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하노이 방문 길에는 응우옌 푸 쫑 베트남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으로 양국 관계를 복원했다.

정치 부문에서는 4월 10일 개최한 제7기 제4차 당 전원회의, 12월 28일 개최한 제7기 제5차 당 전원회의가 눈길을 끈다. 제5차 회의 결과는 아직 전해지지 않았지만, 김 위원장은 노동당 위원장 자격으로 당과 국가사업에 대한 보고를 했으며 당 중앙위 정치국 위임에 따라 회의를 사실상 주재했다.

다만 올해 김 위원장의 공개활동은 통일부가 집계한 지난해 공개활동 횟수(97회)에 견줘 14.4% 감소한 수치다.

통일부에 따르면 김 위원장의 집권 후 공개활동은 2012년 151회에서 2013년 212회로 늘었다가 2014년 172회, 2015년 153회, 2016년 133회, 2017년 94회로 줄었다. 2018년 97회로 소폭 늘었으나 올해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북한 방문 둘째날인 6월 2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부인 리설주 여사, 시 주석과 부인 펑리위안 여사가 금수산영빈관 내 호수 주변을 산책하다 앉아 환담하고 있다. 사진은 22일 조선중앙TV가 방영한 기록영화 장면. 연합뉴스

올해 김 위원장의 공개활동을 가장 많이 수행한 것으로 거명된 인사는 조용원 노동당 제1부부장으로 34회로 파악됐다. 북한 매체가 언급하지 않았지만, 조용원이 김 위원장을 밀착 수행하는 모습이 조선중앙TV 등에 수차례 노출된 적이 있어 사실상 그림자처럼 따라다닌 것으로 보인다.

올해 김정은 위원장을 지근거리에서 수행해 눈길을 끈 인물은 현송월 부부장(17회)이다.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제1부부장(18회)은 하노이 회담 이후 수행비서 바통을 현 부부장에게 넘겨줬다. 현 부부장은 김 위원장의 백두산 등정을 비롯해 김여정·조용원과 함께 이너서클 멤버로 자리매김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