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공개 활동이 군사와 경제 부문에 집중됐다. 미국의 제재·압박에 맞서 ‘자위적 국방력’과 ‘자력갱생에 의한 경제건설’ 노선을 천명하고 선두 지휘한 의미로 볼 수 있다. 김 위원장을 가장 자주 수행한 사람은 조용원 당 제1부부장이었다. 조 부부장을 이어 김여정 당 제1부부장과 현송월 당 선전선동부 부부장이 뒤를 이었다.
연합뉴스는 29일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매체 보도와 통일부 자료를 토대로 집계한 결과 김 위원장은 올해 1월부터 이날 현재까지 정상회담과 행사 참석, 현지지도 등 83회의 공개활동을 한 것으로 분석됐다고 보도했다.
새 무기의 시험발사 지도 등 군 관련 활동과 민생 경제 행보는 각각 24회(28.9%)로 전체 활동에서 절반을 넘으며 큰 비중을 차지했다. 정치부문 22회, 정상회담과 외교 10회, 사회·문화 활동이 3회로 뒤를 이었다.
김 위원장은 ‘하노이 노딜’이후 북미 및 남북관계 경색 속에서 초대형 방사포를 비롯해 새로 개발한 무기들의 시험 발사를 현장에서 11차례나 지켜보고 남북 접경 창린도 방어부대의 해안포 사격 등 군사훈련도 지휘하며 체제 수호 의지를 드러냈다.
한편으론 재개발 중이던 삼지연 일대와 양덕 온천관광지구 건설장을 수차례 다녀가고 준공 테이프를 직접 끊는가 하면, 금강산관광지구를 찾아 남측 시설을 허물고 새로 조성하라고 지시하는 등 자력 의지를 과시했다.
산업시찰 때면 간부들을 질책하면서 인민에 헌신을 연출하고 성지로 일컫는 백두산을 두차례 등정하며 국제사회의 제재와 고립으로 어수선한 내부 분위기를 다잡았다.
올해 김 위원장의 정상외교도 대외활동 10회 중 6회로 돋보이는 대목이다. 김 위원장은 평온에서 대결로 치달은 올해 한반도 정세의 명암 속에서 정상외교로 유리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애썼다.
정월 초하루 신년사 발표 후 1주일도 안돼 첫 대외활동으로 중국을 방문,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에 앞서 시진핑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북중 수교 70주년을 맞는 올해 6월 시 주석이 집권 이후 처음으로 방북하자 김 위원장은 취침시간을 뺀 모든 시간을 시 주석과 밀착 동행하며 최고로 예우했다. 앞서 4월 말에는 집권 이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을 갖고 비핵화를 위해 대북 체제 안전 보장이 이뤄져야 한다는 공동 입장을 끌어냈다.
또 김 위원장은 하노이 회담 결렬에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판문점 회동 제의를 즉각 수용하고 친서를 교환하며 정상간 신뢰를 유지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하노이 방문 길에는 응우옌 푸 쫑 베트남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으로 양국 관계를 복원했다.
정치 부문에서는 4월 10일 개최한 제7기 제4차 당 전원회의, 12월 28일 개최한 제7기 제5차 당 전원회의가 눈길을 끈다. 제5차 회의 결과는 아직 전해지지 않았지만, 김 위원장은 노동당 위원장 자격으로 당과 국가사업에 대한 보고를 했으며 당 중앙위 정치국 위임에 따라 회의를 사실상 주재했다.
다만 올해 김 위원장의 공개활동은 통일부가 집계한 지난해 공개활동 횟수(97회)에 견줘 14.4% 감소한 수치다.
통일부에 따르면 김 위원장의 집권 후 공개활동은 2012년 151회에서 2013년 212회로 늘었다가 2014년 172회, 2015년 153회, 2016년 133회, 2017년 94회로 줄었다. 2018년 97회로 소폭 늘었으나 올해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올해 김 위원장의 공개활동을 가장 많이 수행한 것으로 거명된 인사는 조용원 노동당 제1부부장으로 34회로 파악됐다. 북한 매체가 언급하지 않았지만, 조용원이 김 위원장을 밀착 수행하는 모습이 조선중앙TV 등에 수차례 노출된 적이 있어 사실상 그림자처럼 따라다닌 것으로 보인다.
올해 김정은 위원장을 지근거리에서 수행해 눈길을 끈 인물은 현송월 부부장(17회)이다.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제1부부장(18회)은 하노이 회담 이후 수행비서 바통을 현 부부장에게 넘겨줬다. 현 부부장은 김 위원장의 백두산 등정을 비롯해 김여정·조용원과 함께 이너서클 멤버로 자리매김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