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취로 감형되지 않길…” 절친에게 살해된 경찰관 아내 쓴 눈물의 청원

입력 2019-12-29 09:34

11년 지기 친구에게 살해당한 현직 경찰관의 아내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엄중 처벌을 촉구하는 글을 올렸다. 지난 27일 올라온 이 청원은 29일 현재 2만8000여명의 동의를 얻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엔 지난 27일 ‘11년 지기 절친에게 살해된 경찰관 사건의 명명백백한 진상규명 및 엄중한 처벌을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자신을 숨진 경찰관의 아내라고 소개한 뒤 사건 당일 상황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1년 전 결혼식 사회를 부탁할 만큼 친한 사이였던 남편은 (피의자) 친구와의 저녁 약속을 위해 12월13일 오후 6시30분 집을 나섰다”고 한 청원인은 “오후 11시쯤 남편의 전화가 와 인사를 나누고 피의자와 통화를 했다”고 했다.

“피의자와는 전화 통화에서 남편을 집에서 재우고 보내도 되냐고 물었다”고 한 청원인은 남편의 첫 외박을 허락했다고 했다. 청원인은 “피의자의 집으로 이동한 남편이 엘리베이터 CCTV에 서로 어깨동무를 하고 부축하는 장면이 찍혔다”며 “새벽 2시가 다 돼 피의자의 집으로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그 후 3~40분이 경과한 뒤 피의자는 속옷만 입은 채 온몸에 피범벅을 하고 나와 옆 동 빌라에 사는 여자친구 집으로 도망가는 장면을 CCTV로 확인했다”고 한 청원인은 “피의자는 공동현관(1층 입구)에서 팬티를 벗어 버린 뒤 당시 부재중이던 여자친구 집에서 샤워를 하고 잠을 잔 뒤 다음날 오전 10시30분쯤 태연하게 본인의 집으로 돌아와 119에 신고하는 파렴치하고 극악무도한 짓을 저질렀다”며 분노했다.

“당시 내 남편의 얼굴은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피멍으로 부어 있었고 코와 입술엔 피딱지가 범벅돼 있었으며 이마가 길게 찢어져 살점이 위로 말려 올라가 뼈가 보일 정도였다. 눈은 차마 감지 못하고 뜬 채로 세상을 떠났다”고 한 청원인은 “얼굴만 집중적으로 가격당해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참혹한 모습이었다”고 회상했다.

청원인은 또 “1차 부검결과에서도 바닥 같은 평평한 곳에 얼굴을 여러 차례 가격당했으며 코와 이마에서 많은 양의 출혈이 있었다고 했다”며 “더욱 안타까운 것은 내 남편의 몸은 방어흔 하나 없이 깨끗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피의자는 현재까지 서로 몸싸움이 있었다고 하며 잔인하게 친구를 때리고 피를 흘리며 죽어가는 동안 태연하게 잠을 자며 방치 했는가에 대한 이유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고 한 청원인은 “싸웠다는 피의자의 몸과 얼굴엔 멍하나, 상처 하나조차 없다. 내 남편은 키가 180㎝, 몸무게 85㎏넘는 다부진 체격으로 경찰관이기에 호신술이나 신체 방어 능력이 일반인보다 훨씬 뛰어났기 때문에 피의자가 싸웠다고 하는 주장은 터무니없는 거짓말”이라고 주장했다.

“이것은 분명 술에 취해 몸을 가누기 힘겨운 남편에게 일방적으로 가해진 살인 행위”라고 한 청원인은 “최근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피의자는 평소 술을 먹으면 폭력성을 보여 왔으며 친구들의 증언에도 술 먹은 뒤 다툼이 잦아 사이가 멀어진 친구들이 많다고 한다”고 했다.

“자상한 남편, 자랑스러운 아들로 모범적인 공직 생활을 해 오던 남편의 죽음은 채 누리지 못한 신혼의 행복을 억장이 무너지는 슬픔으로 하루아침에 바꾸었다”고 한 청원인은 “피의자는 본인에게 불리한 것에 대해서는 진술을 거부하고 있으며 변호사를 이용해 주취 감형을 주장할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러나 범행 후 여자친구 집 비밀번호를 똑똑히 기억해 들어가는 정황을 볼 때 기억나지 않는다는 주장은 명백한 거짓”이라고 한 청원인은 “(피의자의) 승무원이라는 직업 특성상 응급상황에 대처하는 방법을 수업이 반복해 훈련받은 피의자임에도 불구하고 피를 흘리는 사람을 보고 태연하게 저지른 행위는 살인이라는 단어 외에 설명될 수 없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청원인은 “내 남편의 죽음이 한치의 억울함이 없이 철저하게 수사 되어야 할 것”이라며 “음주로 인해 감형되는 일이 발생해 피해자와 유가족이 두 번 살해당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청원은 29일 오전 9시 30분 현재 8만8000여 명의 동의를 받았다. 앞서 해당 사건은 지난 14일 새벽 서울 강서구의 한 빌라에서 친구인 경찰관을 친구 A씨가 때려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술에 취해 당시 상황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남부지법은 살인 혐의를 받는 A씨에 대해 “도망할 우려가 있다”라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