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출신의 세계적 테너이자 지회자로도 활동했던 페터 슈라이어가 별세했다. 향년 84세.
dpa통신 등 독일 언론은 26일 슈라이어의 비서관을 인용해 슈라이어가 전날 지병인 심장질환으로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옛 동독 출신인 그는 8세에 드레스덴의 십자가 합창단에 들어가 본격적인 음악교육을 받기 시작했다. 베버 음대를 나온 그는 1959년 드레스덴 국립 오페라극장에서 베토벤 오페라 ‘피델리오’의 죄수 역으로 데뷔했다. 그리고 2년 후 드레스덴 국립 오페라극장 정단원이 된 그는 1963년 옛 동독 최고 명예인 궁정가수 칭호를 받았다.
그가 동독을 넘어 세계적으로 알려진 건 1967년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무대에 서면서다. 당시 최고의 스타 테너 프리츠 분덜리히가 사고로 갑자기 세상을 떠나면서 ‘대타’로 무대에 선 그는 슈베르트와 슈만의 가곡을 불러 대단한 호평을 받았다. 이후 밀라노 라 스칼라, 뉴욕 메트로폴리탄 등 세계적인 오페라극장 무대에 섰으며 바이로이트 페스테벌과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등 최고 페스티벌에도 꾸준히 초청받았다. 바로크 음악에도 능해 바흐와 모차르트에도 일가견이 있다.
무엇보다 그는 독일 가곡의 맥을 잇는 테너로 사랑을 받았다. 서정성과 지성을 겸비한 리릭 테너인 그는 독일 시의 문학적, 서정적 아름다움을 알리는 데 커다란 역할을 했다. ‘겨울 나그네’ ‘아름다운 물방앗간 아가씨’ ‘백조의 노래’ 등 슈베르트 3대 가곡집은 그의 대표 레퍼토리였다.
그는 지휘자로서도 활약했다. 그는 뉴욕 필하모닉, 빈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등 세계 최정상급 오케스트라를 지휘했다. 슈라이어는 65세인 2000년 베를린에서 모차르트 ‘마술피리’의 타미노 역을 끝으로 오페라 무대에서 은퇴했다. 그리고 70세인 2005년 체코 프라하에서 열린 바흐의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 연주를 끝으로 지휘자로서도 은퇴했다. 그는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여생을 평안하게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과의 인연도 있다. 그는 1993년과 2003년, 2005년에 한국을 찾아, 슈베르트의 가곡 등을 부르며 청중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