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은 27일 부동산 국민공유제를 실천하기 위해 (가칭)부동산공유기금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또 ‘부동산가격공시지원센터’를 만들어 부동산 공시가격의 현실화에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박 시장은 ‘대전환의 길목에서’라는 제목의 2020년 신년사를 통해 “저는 부동산 불로소득과 개발이익을 철저하게 환수하여 미래세대와 국민 전체가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만드는 ‘국민공유제’의 도입을 제안한 바 있다”며 “서울시가 먼저 (가칭)부동산공유기금을 만들어 실천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환수된 불로소득과 개발이익을 통해 공공의 부동산 소유를 늘리고, 부동산공유기금으로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함으로써 시민의 주거권을 실현하고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향상시켜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부동산 공시제도 개혁도 이뤄야 한다”면서 “부동산가격공시지원센터를 만들어 부동산 공시가격이 시세에 접근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가격공시제도 운영의 실질적 권한을 가진 중앙정부와 자치구의 공시가격 산정업무에 필요한 사항을 적극 협력하고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박 시장은 경제적 불평등과 부의 양극화 해소에 주력하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그는 “갈수록 어려워지는 민생의 근본원인은 바로 경제적 불평등과 부의 양극화에 있다”며 “일상이 된 소득불균형과 자산격차는 대물림되고 있어 지금 우리 사회는 불평등과 불공정의 임계점에 와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당장 양극화와 불평등을 고착화하는 근본원인부터 바로잡지 않으면 우리 사회에 더는 희망이 없다”며 “경제와 민생을 살리는 대전환은 ‘공정한 출발선’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시장은 공정한 출발선을 보장하기 위해 청년과 신혼부부에 대한 파격적인 지원방안을 밝혔다. 청년수당 대상자를 10만 명으로 대폭 확대하고 지옥고(지하방, 옥탑방, 고시원)로 밀려나고 월세고에 시달리는 청년 4만 5000명에게 월 20만원씩 10개월간 월세를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또 신혼부부 출발선인 ‘집’을 지원하기 위해 부부 합산소득 연 1억원 미만, 자가로 집을 구입할 여력이 있는 이들을 제외한 사실상 모든 신혼부부들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박 시장은 “지난 8년 동안 서울시가 매년 1조원 가량 예산을 투입하여 꾸준히 확대해 온 공공임대주택 건설과 공급은 내년에도 쉼 없이 이어질 것”이라며 “2년 후 서울시는 전체 가구의 약 10%에 해당하는 40만호 가량의 공공임대주택을 보유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선적으로 저소득취약계층 주거안정을 위해 쓰이겠지만, 궁극적으로는 중산층을 포함한 필요한 사람 누구에게나 집이 제공되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며 헌법에 보장된 주거권 실현을 강조했다. 박 시장은 주거 안정이 가계안정과 소비확대, 투자와 혁신, 성장의 선순환을 이루는 시작이자 계기가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박 시장은 ‘따뜻한 출발선’으로 완전한 돌봄을 실현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그는 “지난 8년, 서울은 사람에 투자하는 것이야말로 ‘공정한 출발선’의 시작이라는 마음으로 복지예산을 꾸준히 늘려왔고 2020년 서울의 사회복지예산은 사상 처음 12조원 대를 돌파했다”며 “복지는 결코 공짜나 낭비가 아니고 가장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사람에 대한 투자이자, 미래에 대한 투자”라고 강조했다. 복지의 강화가 혁신·성장·분배의 선순환구조를 이뤄낼 수 있다는 믿음이 깔려 있다.
박 시장은 “우리의 미래를 위협하는 가장 큰 시대적 과제는 저출생과 고령화”라며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는 길은 바로 국가가 육아와 교육, 돌봄을 책임져 주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어 “임신부터 출산, 보육, 돌봄에 이르기까지 서울은 사상 최대의 투자를 결심했다”며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변화는 돌봄에서 이뤄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동네키움센터를 동네마다 촘촘하게 설치해 아이들이 방과 후에 마음껏 놀고 학습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난임 부부에 대한 지원, 아동수당 확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82년생 김지영의 불행한 운명이 서울에서만큼은 되풀이되지 않도록 만들겠다”면서 “여성이 이제 아이와 가족의 돌봄으로부터 해방되어 자신의 경력을 개발하고 운명을 개척하도록 보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시장은 공정한 출발선과 함께 미래먹거리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서울은 미래 신성장 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혁신산업 클러스터의 활성화에 힘을 쏟을 것”이라며 “양재, 홍릉, 마곡, 상암, 구로G밸리 등 6대 융합신산업 거점에서 문화관광서비스, 디지털 컨텐츠, AI, 바이오메디컬, 핀테크 등 신산업분야의 창업과 R&D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다가오는 1월 7일에는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리는 CES에 참가할 예정”이라며 “이곳에서 우리 스타트업들의 해외진출 발판을 마련하고, 해외투자유치와 미래먹거리를 찾는 일에 매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시장은 마지막으로 정치권에도 불공정과 불평등을 바로잡아 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무조건적인 반대와 혐오, 증오의 정치로는 새로운 미래를 열어갈 수 없다”면서 “다가오는 총선이 시대적 불평등과 불공정의 본질을 확인하고, 그 해결점을 찾아가는 과정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재중 선임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