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직 떠나며’…최성해 동양대 총장 “조국 전 장관 부부에 미안”

입력 2019-12-26 22:16 수정 2019-12-26 22:18
최성해 동양대학교 총장. 연합뉴스

최성해 동양대학교 총장이 26일 학교법인 현암학원 이사회에 사직서를 제출하고 ‘총장직을 떠나면서’라는 제목의 글을 남겼다.

최 총장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자녀 표창장 위조 의혹을 제기한 인물로 최근 교육부로부터 학력 위조로 면직 요구를 받은바 있다.

최 총장은 이날 글을 통해 조국 전 장관·정경심 교수 부부와 이들의 자제에 대한 인간적 미안함, 최근 사의를 표명한 진중권 교수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썼으며, 도덕적 책임에 대해 절대 회피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최 총장은 “ 오늘 아침 아버지 묘소에 다녀왔다. 술 한 잔 올리고 아버지의 유지를 되새기는 시간을 가지고 내려 왔다. 이제 총장을 그만두려 한다. 미련이 없을 수야 없지만 그만 미련을 버리고자 한다”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많은 분들이 격려도 하고 또 질책도 했다. 다들 고맙고 미안하다. 제 손을 따뜻하게 잡아 주신 분들도 또 매몰차게 뿌리치신 분들도 다들 걱정하는 마음은 똑같다는 거 잘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최 총장은 “정경심 교수 부부에게 먼저 인간적으로 미안한 마음을 전한다. 특히 두 분의 자제들께도 그러하다. 일일이 거명할 수 없지만 저로 인해 불편하고 불쾌하셨던 모든 분들에게 사죄드린다”면서 “특히 이번 일로 진중권 교수가 사의를 표명한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 많이 힘들었을거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지난 몇 년간 여러 경로를 통해 진교수를 쫓아내라는 요구가 있었다. 그 때마다 대학에는 보수에서 진보까지 다종다양한 사람이 있어야 한다며 일축하곤 했다. 지금도 이러한 저의 신념은 변하지 않았다. 그래서 진교수를 존경했고 동시에 반대의 극단에 있는 교수님들도 사랑했다. 앞으로도 진교수님은 저의 퇴진과 상관없이 하고 싶은 공부 열심히 하시고 좋은 저작으로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시길 기원한다”고 당부했다.

또한 “지난 25여년간 저는 지방중소도시 영주에서 참으로 험난하게 학교를 경영했다. 지방과 지방대학에 대한 터무니없는 차별과 홀대 속에서도 학교를 유지·발전시키기 위해 교수·직원 그리고 재학생·졸업생 모두가 열심히 뛰었다”며 “소기의 성과도 거뒀다. 하지만 지금 우리 동양대학교는 저로 인해 곤경에 빠졌다”고 밝혔다.

최 총장은 “저의 모든 것을 버려서 학교가 생존할 수 있다면 저는 그 길을 갈 것이다. 400여 교수·직원들의 생계에 영향을 미친다면 저의 양심과 체면 따위는 한낱 티끌에 불과할 것이다”라며 “이제 저는 동양대학교 총장에서 물러난다. 저에 대한 질타와 비난 모두 달게 받겠다. 도덕적 책임 절대 회피하지 않겠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최 총장은 “저로 인해 동양대학교와 교수·직원 그리고 사랑하는 재학생들이 부당한 피해를 입지 않기만을 간절히 희망한다”며 “동양대학교의 공헌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는 영주시민들이 대학의 존폐를 걱정하지 않도록 관계자들의 애정 어린 선처를 당부드린다”고 밝혔다.

한편, 교육부는 지난 19일 워싱턴침례신학대 교육학 박사학위 등 최 총장의 3개 학력이 가짜였다고 발표하고, 동양대 법인 이사회에 최 총장에 대한 면직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최 총장이 교육부에 이의제기를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으나 사직서 제출로 대응한 것으로 보인다. 동양대학교는 경북도 영주시, 경기도 동두천시에 캠퍼스를 두고 있다.

동두천=박재구 기자 park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