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인 “트럼프, 김정은과 푸틴보다 세계평화에 위협”

입력 2019-12-26 15:22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4일(현지시간) 전용기 에어포스원을 타기 위해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도착한 모습. AFP연합뉴스

독일인들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더 위험한 인물로 보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독일 dpa통신은 25일(현지시간) 여론조사 전문업체 유고브가 독일시민 2024명을 상대로 ‘북한과 미국·중국·러시아·이란의 지도자 가운데 세계평화에 가장 위협이 되는 인물이 누구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41%가 트럼프 대통령이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같은 조사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48%로 가장 많은 응답자의 지목을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 다음으로 응답자의 17%가 김 위원장을 선택했다. 푸틴 대통령과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를 선택한 응답자는 각각 8%였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7%의 지목만 받아 5개 국가의 지도자들 가운데 가장 낮았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독일 내 부정적 여론은 그가 취임 이후 독일을 비롯한 유럽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들의 방위비 증액을 압박하고 유럽산 자동차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 의사를 밝히는 등 지속적으로 갈등을 빚어온 것과 무관치 않다.

한편 2020년 재선에 도전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최대 대외적 위기는 북한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미 의회전문매체 더힐은 25일 ‘북한은 2020년 트럼프에게 닥칠 대외적 위기 중 최고’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북한이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 중단 약속을 지켜왔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외교적 노력이 효과를 발휘하는 신호로 홍보해 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만약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에 나설 경우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2020년 미 대선 기간에 긴장 수위를 낮게 유지하기 위해 이를 무시하거나 ‘화염과 분노’ 시절로 돌아가는 선택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더힐은 트럼프 대통령이 2020년 대선을 내세워 김정은 위원장에게 경고했음을 상기시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최근 위협을 그리 대단치 않게 생각해왔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 취재진 문답 중에 “그는 내가 선거를 치를 것이라는 걸 안다”면서 김 위원장에게 미 대선에 여파를 가져오는 행위를 삼가라고 우회적으로 압박한 바 있다. 북한은 대미압박 행보의 일환으로 ‘성탄 선물’을 공언했지만 실제로는 도발하지 않았다.

더힐은 북한에 이어 아프가니스탄 및 시리아에서의 미군 철군과 대(對)터키 대응, 대이란 정책을 거론했다. 또 홍콩과 이란, 이라크 등지에서 계속되고 있는 시위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외교위기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더힐은 “트럼프 대통령은 2020년 재선을 노리는 가운데 불안한 세계를 마주할 것”이라면서 “유권자들은 가까운 이슈에 관심을 갖기 때문에 외교정책은 대선에서 그다지 초점이 되지 않지만 중대한 위기는 유권자들에게 닿을 외교정책 사안으로 비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