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한·일 기자 교류 프로그램’으로 일본 큐슈 구마모토현을 찾은 한국 외교부 기자단을 만난 호리오 사토미(한국명 손종희·61)씨는 “한·일 친선 유지를 위한 민간 외교관 역할 인정 받아 뿌듯하다”고 밝혔다.
호리오씨는 87년 전통을 가진 히토요시 료칸을 ‘오카미’(안주인)로서 28년 간 운영하고 있다. 오랜 역사를 가진 료칸인만큼 7년 전 국가 유형문화재로 지정됐다.
여행사에서 일본어 통역 가이드를 하던 호리오씨는 1991년 남대구청년회의소와의 자매결연 행사를 위해 한국을 찾은 남편을 만나 일찍 결혼했고, 92년부터 히토요시에 자리를 잡았다. 호리오씨 남편의 조부모 때부터 시작된 히토요시 료칸은 쭈욱 이어져 호리오씨 부부가 3대째다.
호리오씨는 “제 역할은 일본 속의 한국인으로 살아가는 거지만, 중간 역할을 잘해서 한·일 관계 친선 유지에 힘쓰고 있다”며 “한국인이라고 괄시를 받은 적은 없다”고 말했다.
28년 동안 히토요시 료칸을 운영해온 호리오씨에게도 올해는 더욱 어려웠던 해였다. 역대 최악인 한·일 관계의 영향으로 한국인 관광객의 급감을 피부로 느꼈기 때문이다.
호리오씨는 “ 9월에 20명 단체 숙박 예약이 있었는데, 지난 7월 5일에 ‘지금 한·일 관계가 너무 안 좋아 취소한다’는 내용의 팩스로 취소를 통보받았다”며 “당시에 너무 놀랐고, 충격이 컸다”고 말했다. 이어 “12월 예약까지 대부분 취소돼 한동안 너무 충격이 컸다”고 덧붙였다. 받았다. 지난 7월은 일본이 한국을 대상으로 수출규제 조치를 강화하면서 한·일 관계가 급속도로 얼어붙기 시작한 시점이다.
호리오씨는 또 “과거엔 한·일 관계가 나빠져도 ‘저러다가 말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이번엔 정말 달랐고, 두렵고 긴장했다”며 “양국 국민 감정이 이렇게 격화되고, 실질적으로 영향이 있었던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호리오씨가 최악의 상황에서 겨울나기를 걱정했지만 10월부터는 점차 한국인 관광객들이 방문하고 있는 추세다. 지난 24일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15개월 만에 정상회담을 가졌다. 정상회담을 동력 삼아 한·일 관계가 나아질 기미를 보이면 일본을 찾는 한국인 관광객들이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이상헌 기자, 구마모토=외교부 공동취재단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