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이 필리버스터 왜? 국회, 이틀째 ‘입심 대결’ 중

입력 2019-12-24 09:52 수정 2019-12-24 18:11

공직선거법 개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가 국회 본회의장에서 24일 이틀째 진행 중이다.

주호영 자유한국당 의원이 전날 오후 9시50분 첫 번째 주자로 나서 토론을 진행한 데 이어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권성동 한국당, 최인호 민주당, 지상욱 바른미래당, 기동민 민주당 의원이 발언자로 나섰다. 이어 전희경 한국당, 이정미 정의당, 박대출 한국당, 홍익표 민주당, 정유섭 한국당 의원 순으로 발언이 이어진다.

필리버스터는 주로 특정 법안 통과에 반대하는 정당의 의원들이 연사로 나서지만 이번에는 민주당을 비롯해 법안에 찬성하는 의원들도 나서 맞불 작전을 펼치고 있다.

이날 오후 3시 다섯 번째 주자로 나서 오후 5시50분까지 발언한 지상욱 의원은 “지난 4월 패스트트랙 불법 사보임을 허가해준 문희상 국회의장,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무리수를 두고 국회법을 무시·파괴하는 모습을 보여준 의장에게 서운함을 넘어 정말 ‘과한 것 아닌가’ 하는 말을 드리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지 의원은 “집권여당인 민주당과 2중대 범여 기생정당들이 ‘1+4’라는 자격도 명분도 어떤 법적 근거도 없이 불법적으로 대한민국 헌정사에 치욕적인 오점을 남기며 예산안 수정안을 처리했다”며 “불법단체에 의해 만들어진 범죄 부산물, 장물이라고 표현하고 싶다”고 말했다.

앞서 최인호 의원은 오전 11시19분쯤부터 오후 2시59분까지 3시간40분간 선거법 개정안의 필요와 당위성에 관해 설명했다. 그는 “정당득표율과 의석수 간 극심한 격차를 조금이라도 줄여주는, 사표를 줄이는 것이 이번 선거법의 핵심”이라며 “여러 가지 많은 한계에도 불구하고 이 선거법을 찬성하는 또 다른 이유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등 사법개혁을 위한 진일보가 이번 20대 국회에서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세 번째 연사로 국회 본회의장 연단에 오른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은 4시간 55분간 반대 의견을 개진했다. 그는 오전 6시23분쯤 단상에 서자마자 문희상 국회의장을 “문희상씨”로 부르며 거세게 비판했다.

권 의원은 “의장이 편파적, 당파적으로 국회를 운영하고 있다”며 “대한민국 국민 중에 문희상 씨를 국회의장으로 생각하는 분이 과연 몇 명이 있을까, 저는 의문이 간다”고 말했다.

이어 “중립적이지도 않고 불편부당하지도 공정하지도 않고, 오로지 청와대와 자신의 친정인 민주당만 의식하는 이런 의장을 어떻게 우리가 모셔야 하나”며 “저 같으면 쪽팔려서라도 자진해서 내려오겠다”고 말했다. 권 의원은 문 의장을 직접 바라보며 “어떻게 그 자리에 앉아 계시죠. 정말로 한심하고 부끄럽기 짝이 없는 의장”이라고 말했다.

권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이 상황이 여의치 않으니 틈만 나면 외국에 나간다. 국내에는 자기 뜻대로 되는 게 없는데 해외에만 나가면 국력 세계 7위 대통령이 왔다고 예우해주니 틈만 나면 외국에 나간다”고 말했다. 이어 “문 의장도 대통령을 닮았다. 국회에 있어봐야 좋은 소리를 못 들으니 틈만 나면 해외에 나간다. 갔다와서 무슨 성과를 거뒀는지 보고 한 번 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권 의원에 앞서는 김종민 민주당 의원이 오전 1시50분쯤부터 4시간31분간 두번째 주자로 필리버스터를 진행했다. 김 의원은 선거법 개정안의 당위성을 조목조목 설명하며 앞선 주호영 한국당 의원의 반대 토론 시간 3시간59분보다 더 긴 시간을 발언했다. 한국당 입장에서는 오히려 ‘되치기’를 당한 셈이 됐다.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에서 활동한 김 의원은 “저는 오늘 상정되는 공직선거법에 대한 찬성을 호소하려고 이 자리에 섰다”며 “표결을 앞두고 무제한 토론 기회가 주어져서 우리가 고민했던 방향, 우리가 어디까지 나아갔고 나아가지 못한 지점은 아닌지, 왜 못 갔고 어떻게 하면 더 나아갈 수 있는지를 같이 이야기해볼 기회가 마련돼서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발언 시간 대부분을 선거법 개정안에 할애했고 선거법 개정의 당위성, 현 수정안의 한계, 정치개혁의 필요성, 해외 선거제 등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했다.

발언 말미에는 ‘4+1’ 협의체에서 합의된 선거법 개정안 수정안에 대해 “한국당 의원님들, 다시 논의해서 제대로 된 선거제 개혁을 하자”며 선거법 개정안 논의를 다시 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에 앞서 첫번째 주자인 주호영 한국당 의원은 전날 오후 9시50분쯤부터 24일 오전 1시49분까지 3시간 59분 동안 토론을 진행했다.

주 의원은 “정의당이 어떻게 해서든 의석수 좀 늘려보려고 연동형 비례대표제라는 천하에 없는 제도를 만들어오고 민주당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을 어떻게든 통과시키려고 두 개를 맞바꿔 먹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패스트트랙 법안인 선거법, 공수처법뿐 아니라 예산안 날치기, 대북정책, 탈북자 송환 문제, 부동산 정책, 탈원전 정책, 교육 정책 등 다양한 사회 현안과 관련해 민주당과 문재인 대통령을 비판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