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 높게 든 손흥민 퇴장, 토트넘 ‘악몽의 박싱데이’

입력 2019-12-23 17:00
손흥민이 23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첼시와 가진 2019-2020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18라운드 홈경기에서 후반 17분 상대 수비수 안토니오 뤼디거를 발로 가격한 행위가 적발돼 레드카드를 받고 있다. AP뉴시스

손흥민(27·토트넘 홋스퍼)이 상대 선수를 향한 발길질로 올 시즌 두 번째 퇴장을 당했다. 토트넘 홋스퍼는 ‘박싱데이’(12월 26일) 전후의 숨 가쁜 일주일을 패배로 시작했고 손흥민까지 잃었다. 손흥민의 퇴장을 이끌어낸 선수에 대한 토트넘 안방 관중의 인종차별적 야유를 논란도 불거졌다. 토트넘에는 그야말로 악몽 같은 박싱데이 주간이 됐다.

손흥민은 23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첼시와 가진 2019-2020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18라운드 홈경기에 왼쪽 공격수로 선발 출전해 0-2로 뒤처진 후반 17분 상대 수비수 안토니오 뤼디거를 발로 가격한 행위가 적발돼 레드카드를 받고 퇴장됐다.

손흥민은 공은 경합하는 과정에서 뤼디거와 충돌해 넘어졌다. 손흥민은 하체가 위로 들린 상태에서 발을 살짝 들었다. 그 발이 뤼디거의 가슴팍에 닿았다. 뤼디거는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심판진은 이 순간을 비디오 판독(VAR)으로 확인한 뒤 손흥민의 고의적인 반칙으로 판단했다. 앤서니 테일러 주심은 레드카드를 꺼내 퇴장을 명령했다. 머리를 부여잡고 테일러 주심에게 결백을 호소하던 손흥민은 곧 상심한 표정으로 그라운드를 빠져나갔다.

손흥민은 올 시즌에만 레드카드 2장을 받았다. 지난달 4일 에베튼과 1대 1로 비긴 13라운드에서 상대 미드필더 안드레 고메스에게 백태클을 가해 시즌 첫 퇴장을 당했다. 당시만 해도 3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지만 ‘고의가 아니었다’는 판단에 따라 철회됐다.

지난 시즌 후반기를 포함한 손흥민의 2019년 레드카드는 모두 3장이다. 지난 5월 본머스 미드필더 헤페르손 레르마를 밀어 넘어뜨린 지난 시즌 37라운드에서도 퇴장을 당했다. 데이터 분석 업체 옵타는 “연간 3차례 퇴장은 2010년 리 캐터몰(당시 선덜랜드) 이후 9년 만에 손흥민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올해 손흥민만큼 많은 레드카드를 받은 선수가 없다는 얘기다.

토트넘은 이날 관중의 인종차별 논란까지 휘말렸다. 영국 공영 BBC방송은 “후반전에 뤼디거를 향해 원숭이 소리를 내는 인종차별 의심 행위가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뤼디거는 독일 국가대표로 베를린 태생이지만 검은 피부로 관중의 인종차별에 시달려 왔다. 이날 경기를 마치고 트위터에 “또 한 번 인종차별을 목격해 슬프다”고 적었다.

토트넘은 손흥민의 퇴장으로 첼시보다 1명 부족한 수적 열세에서 전세를 뒤집지 못하고 0대 2로 졌다. 당초 5위였던 토트넘은 첼시를 이겼으면 ‘빅4’로 진입할 수 있었지만, 시즌 6패(7승 5무·승점 26)째를 떠안고 7위로 내려갔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