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연일 한반도에 정찰기를 띄우며 대북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 북한이 ‘크리스마스 선물’로 군사 도발을 일으킬 가능성에 대비하는 것으로 보인다.
22일 항공기 이동을 모니터링하는 민간 트위터 계정 ‘에어크래프트 스폿(Aircraft Spots)’에 따르면 미 공군의 RC-135W ‘리벳 조인트’ 정찰기가 한반도에서 3만1000피트(약 9.4㎞) 고도로 비행했다. 이 정찰기는 신호·통신 정보를 수집해 북한의 도발 징후를 포착할 수 있다. 전날에는 북한의 미사일 기지와 주요 장비, 병력 이동을 파악할 수 있는 미 공군의 E-8C ‘조인트 스타스’ 1대가 한반도 상공에 뜬 것으로 알려졌다.
주말에는 정찰 비행이 집중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던 점에 비춰 북한에서 특별한 군사 동향을 보인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됐다. 리벳 조인트(RC-135V)와 조인트 스타스는 북한의 지난달 27일 초대형 방사포 연발 사격 시험에 임박해 연이어 한반도에서 정찰비행을 했다. 군 소식통은 “미군 정찰기는 매달 미리 정해진 스케줄에 따라 정찰 임무를 수행하는데 북한에 특이동향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추가로 정찰자산을 투입하곤 했다”고 말했다.
미국이 북한의 군사 도발을 막기 위한 경고 목적으로 정찰 항적을 의도적으로 노출시켰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군은 지난 13일까지 한반도 상공에서 정찰기 항적을 거의 매일 노출시키다가 지난 14일부터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었다. 미군 정찰비행이 민간 추적 사이트에 다시 포착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19일부터였다.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은 지난 20일(현지시간) 마크 에스퍼 국방부 장관과 함께 참석한 기자회견에서 “한국은 전 세계에서 우리가 항상 매우 높은 수준의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는 곳들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한미군의 모토는 ‘파이트 투나잇(fight tonight)’”이라고 강조했다. 오늘밤에라도 싸워 이길 대비태세가 갖춰져 있다는 것이다.
이날 북한은 스스로 정한 북·미 비핵화 협상 시한인 연말을 앞두고 군사력 강화에 초점을 맞춘 메시지를 내보냈다.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당 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제3차 확대회의를 주재했다고 22일 전했다. 통신은 “자위적 국방력을 계속 가속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핵심적인 문제들이 토의됐다”고 했다. 이 회의는 북한 매체 보도 특성상 21일 진행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리태성 북한 외무성 미국담당 부상은 지난 3일 담화를 통해 “이제 남은 것은 미국의 선택이며 다가오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무엇으로 선정하는가는 전적으로 미국의 결심에 달려있다”고 경고했다. 그다음 날인 지난 4일 북한군 서열 2위인 박정천 총참모장은 “무력을 사용하는 일은 미국에 있어서 매우 끔찍한 일이 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