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피워 살빼라” 10대들 학대한 명문 발레학교 ‘파문’

입력 2019-12-21 06:30
게티이미지뱅크

오스트리아 빈 국립오페라의 세계적인 명문 발레 아카데미가 어린 학생들에게 흡연을 권유한 사실이 밝혀져 유럽 사회가 충격에 빠졌다. 마른 몸매를 유지하려면 흡연이 도움이 된다는 주장이다. 아카데미 일부 강사는 아동학대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크로넨 신문 보도에 따르면 문제의 아카데미에서 퇴사한 강사들이 최근 이같은 내용을 폭로했다. 이들은 아카데미가 학생 무용수들의 몸매 관리를 위해 폭력적인 방법을 동원했다고 주장했다. 일부 강사는 친구들 앞에서 신체사이즈를 발표하게 하게 하거나 아카데미 방식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학대도 불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흡연을 종용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졌다. 해당 아카데미에는 10∼18세 학생 110명이 재학 중이다.

오스트리아 빈 국립오페라 특별조사위원회 진상 조사 결과 모든 의혹은 사실로 확인됐다. 일부 강사는 훈련을 이유로 학대에 가까운 방식으로 학생을 대하고 있었다. 정신적·신체적인 폭력을 가했고, 흡연을 종용했으며, 심지어 성폭력을 행하기도 했다.

학생들의 건강도 문제로 지적됐다. 조사위는 학생들이 과도한 연습량과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지만 충분한 의료 혜택을 받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조사위는 학생들의 공연 수를 줄이는 등 복지 향상에 만전을 기할 것을 약속했다. 학대 등 아카데미 내 실태를 정확하게 파악한 후 공식 대책을 발표할 방침이다.

유럽 최고의 명문으로 꼽히는 문제의 아카데미는 1771년 설립됐다. 빈 국립 오페라 극장보다 더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이 아카데미를 거쳐 세계적인 거장 반열에 오른 무용수도 많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