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만에 뜬 美정찰기…北성탄선물 대비하나

입력 2019-12-19 17:04 수정 2019-12-19 20:25
미군의 EP-3E 정찰기. 미 해군

미군 정찰기가 한반도에서 6일 만에 포착됐다. 미군은 지난 13일까지 한반도 상공에서 정찰기 항적을 거의 매일 노출시키다가 지난 14일부터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었다. 북·미 비핵화 협상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북한이 협상력을 높이려고 군사 도발을 일으킬 가능성에 대비하려는 목적으로 풀이된다.

19일 항공기 이동을 모니터링하는 민간 트위터 계정 ‘에어크래프트 스폿(Aircraft Spots)’에 따르면 미 해군의 EP-3E ‘에리스Ⅱ’ 정찰기가 한반도에서 2만5000피트(약 7.6㎞) 고도로 비행했다. EP-3E는 각종 전파 정보와 영상을 수집할 수 있다. 감청 장비도 갖추고 있다. 이번 비행은 북한이 ‘크리스마스 선물’을 거론하며 군사 도발 가능성을 내비친 것과 관련된 정찰 활동으로 보인다.

앞서 북한군 서열 2위인 박정천 총참모장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군사력을 쓸 수도 있다고 말한 바로 다음 날인 지난 4일 담화를 통해 “우리 무력의 최고사령관(김정은 국무위원장)도 이 소식을 매우 불쾌하게 접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력을 사용하는 일은 미국에 있어서 매우 끔찍한 일이 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리태성 북한 외무성 미국담당 부상도 지난 3일 담화에서 “이제 남은 것은 미국의 선택이며 다가오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무엇으로 선정하는가는 전적으로 미국의 결심에 달려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북한은 최근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미사일 시험장에서 트럭과 크레인 등 장비를 움직이는 모습을 보이며 긴장 수위를 높였다. 이는 북한이 지난 7일과 13일 ‘중대 시험’을 한 이곳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위성용 로켓을 쏠 수도 있다는 시그널로 해석됐다.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 38노스는 지난 11일 동창리 시험장을 찍은 상업위성사진을 근거로 이 시험장에서 길이 10m의 트럭과 크레인으로 보이는 물체가 포착됐다고 보도한 바 있다.

북한이 성동격서(聲東擊西) 식의 도발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서해 인근의 동창리 시험장에서 도발할 듯 액션을 취한 뒤 동해상에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쏘거나 이동식발사대(TEL)를 이용해 예상치 못했던 곳에서 기습 도발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군 소식통은 “동창리 시험장에서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임박한 징후는 현재까지 포착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 38노스에 공개된 상업위성 사진. 지난 11일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미사일 시험장의 모습을 찍은 것이다. 수직엔진시험대 인근 연료·산화제 저장고 옆에 길이 10m의 트럭이 있다. 38노스

그동안 미국은 대북 정찰을 강화해 왔다. 미 해군의 해상초계기 P-3C는 지난 13일 한반도 상공에서 정찰 임무를 수행했다. 같은 날 가데나(嘉手納) 주일 미군기지에서 뜬 미 공군의 RC-135S ‘코브라볼’도 동해 상공에서 정찰 비행을 했다. 미군은 또 지난 12일 지상감시정찰기 E-8C ‘조인트 스타스’를 한반도 상공에 띄웠으며, 지난 11일에는 첩보위성급 고고도 무인정찰기 RQ-4 ‘글로벌 호크’를 통해 대북 정찰을 했다. RC-135W ‘리벳 조인트’ 정찰기는 지난 9일과 11일에 한반도에 떴다.

미국이 최근 6일간 정찰기를 띄우지 않다가 이날 대북 정찰을 재개했다고는 볼 수 없다. 정찰기는 위치식별 장치를 끄고 비행할 경우 민간 항공기 추적 사이트에 잡히지 않는다. 반대로 미국이 대북 경고 차원에서 의도적으로 정찰기의 위치식별 장치를 켤 수도 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