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국회 ‘밥그릇 싸움’ 한심…정치 바꾸려면 개헌해야”

입력 2019-12-19 16:32 수정 2019-12-19 17:26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가 1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민일보 사옥 컨벤션홀에서 열린 '국민미션포럼-초갈등 사회 한국교회가 푼다'에 참석해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권현구 기자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는 19일 “현재 우리 사회가 유례없는 ‘초갈등 사회’라는데 저도 동의한다. 이런 갈등을 해소하는 것이 정치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정 후보자는 이날 국민일보가 ‘초갈등사회 한국교회가 푼다’를 주제로 여의도 국민일보빌딩에서 개최한 ‘국민미션포럼’ 기조강연에서 “지금 국회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보면 ‘정치 현주소가 한심하다’라고 생각할 것이다. 주된 원인은 선거구제 개편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밥그릇 싸움’이라고 하는 국민의 말이 맞다”며 “개헌과 함께 공정한 게임의 룰을 만드는 게 시급하다”고 언급했다. 정 후보자는 “국회에는 여러 정파에서 생각이 다른 많은 국민을 대변할 수 있는 여러분이 나와 계신다”며 “국민의 뜻을 잘 받들어 난제를 풀어야 하는 곳도, 마지막에 문제 해결을 요구받는 곳도 정치”라고 말했다.

정 후보자는 “그러나 현재 대한민국 정치는 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사회 갈등이 극에 달한 이런 상황에서는 지속가능한 대한민국이 불가능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임시정부 이후 100년의 역사를 지닌 대의민주제가 제 기능을 못 하니 광장 정치가 판을 친다”면서 “광화문, 서초동, 여의도에서 집회하는 그룹들이 다 다른 주장을 하는 상태로는 대의민주제가 제대로 기능을 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나아가 경제성장, 사회발전, 환경보전을 축으로 하는 ‘공정하고 지속가능한 대한민국’을 비전으로 제시하고, 정치권이 이와 같은 과제들을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정 후보자는 정치인들이 귀를 기울여야 할 성경의 구절 중 하나로 ‘통치자들아 너희가 정의를 말해야 하거늘 어찌 잠잠하냐. 인자들아 너희가 올바르게 판결해야 하거늘 어찌 잠잠하냐’(시편 58편 1절)를 소개했다. 이와 함께 “제가 항상 소중하게 생각하는, 정치하는 사람들이 꼭 가슴에 담아야 할 성경 구절이라고 생각한다”며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말고 네 발을 악에서 떠나게 하라’(잠언 4장 27절)을 소개하기도 했다.

정 후보자는 3·1 독립선언에 참여한 민족대표 33인 중 16명이 기독교인이었다는 점을 상기하며 “기독교가 초갈등 사회 극복에 앞장서면 한민족이 다시 한번 도약하는 데 큰 밑거름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민일보 사옥 컨벤션홀에서 열린 '국민미션포럼-초갈등 사회 한국교회가 푼다'에서 조민제(오른쪽 세번째 부터) 국민일보 회장과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목사,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를 비롯한 내빈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권현구 기자

그는 개헌론을 공개적으로 제기했다. 정 후보자는 “정치를 바꾸기 위해서 국가의 기본법인 헌법을 고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 제 생각”이라며 “개헌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정 후보자가 국회의장이던 지난해 3월 26일 대통령 권한 축소를 골자로 한 개헌안을 발의했다. 의결 시한인 같은 해 5월 26일, 여당을 제외한 모든 야당이 참여하지 않은 가운데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정족수인 192명에 한참 못 미치는 114명이 투표했고 정 의장은 ‘투표 불성립’을 선언한 바 있다.

정 후보자는 당시 본회의 직후 “개헌의 불씨는 꺼지지 않았다”며 “최대한 이른 시일 내 국회가 여야 합의로 개헌안을 내놓고 국민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독교 신자인 정 후보자는 총리 후보자로 지명되기 전인 한 달여 전에 이번 행사의 참석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후보자는 “포럼 참석이 결정된 게 상당히 오래전이었으나 총리 지명을 받아 마음껏 말씀드릴 수 없게 됐다”며 “아직은 신분 변화가 없지만 그래도 조심해야 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