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역사상 세 번째 탄핵 심판대에 올렸지만 자신들도 상당한 정치적 부담을 안은 상황이다. 공화당이 장악한 상원이 탄핵소추안을 부결할 경우 도리어 민주당이 거센 역풍을 맞을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하원 탄핵안 표결에서 공화당이 전원 반대표를 던진 반면, 민주당에서는 작게나마 이탈표가 나온 것도 심상치 않은 대목이다. 미국 여론도 트럼프 대통령 탄핵 추진에 회의적인 분위기가 커져가고 있다.
여론조사 기관 갤럽이 지난 2~15일(현지시간)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45%로 나타났다.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은 하원 탄핵 청문회가 한창이던 지난 10월 39%로 최저점을 찍었다가 이후 연말까지 줄곧 상승곡선을 그려왔다. 청문회에서 수많은 의혹들이 쏟아졌지만 ‘결정적 한방’은 없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 탄핵 찬성 여론도 10월에 52%으로 최고점을 기록했다가 2달 만에 46%로 줄어들었다.
CNN은 18일 분석기사에서 “공개 탄핵 절차가 실제로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치적으로 도움을 줬다는 증거가 드러나고 있다”며 “여론의 변동은 아직 미세한 수준이고 일시적일 수는 있다. 하지만 민주당은 자신들이 탄핵의 길을 선택한 데 대해 약간 긴장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한동안 트럼프 대통령 탄핵 추진에 회의적인 기류가 컸다. 민주당을 이끄는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도 탄핵에 부정적이었다가 지난 9월 ‘우크라이나 스캔들’이 불거지면서 탄핵 추진으로 입장을 바꿨다. 하원 표결에서 공화당 의원 전원이 반대표를 던진 것과 달리, 민주당에서는 3명이 이탈표를 던진 것도 탄핵을 둘러싼 양당의 분위기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민주당 소속으로서 탄핵 안건에 반대표를 던진 제프 밴 드류 의원은 공화당으로 당적을 바꾸겠다는 의사를 밝힌 상태다.
상원은 하원이 탄핵안을 송부하는 즉시 표결해 부결시키겠다는 태세다. 이를 위해 공화당 소속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는 상원에서 열릴 탄핵 심판에서 증인 출석 요구와 신규 증거 채택 등을 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새로운 증언이나 증거가 나와 트럼프 대통령을 다시 정치적 위기에 빠뜨리는 일이 없도록 원천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 탄핵안은 이변이 없는 한 상원에서 부결될 가능성이 크다.
펠로시 의장은 탄핵안의 상원 송부 시점을 지렛대로 사용하려는 눈치다. 펠로시 의장은 탄핵안 가결 후 기자회견에서 “상원 측에서 할 일을 하는지 봐서 탄핵안을 송부할 시점을 정할 것”이라며 “지금까지는 상원이 우리를 공정하게 대우하는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탄핵안을 속전속결로 부결시키겠다는 공화당의 속셈을 역이용해 탄핵안 송부를 미루겠다는 것이다. 탄핵 정국을 장기화해 공화당을 압박하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탄핵안 송부가 공화당에 실질적인 압박 효과를 낼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매코널 대표의 측근인 조시 홈즈는 트위터에 “(민주당의 전략은) 매코널 대표에게는 최고의 찬사라 할 수 있다”며 “민주당은 안전핀 빠진 수류탄을 계속 쥐고 있는 상황을 진지하게 즐기고 있는 모양”이라고 비꼬았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