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19일 전세계 최대 아동음란물사이트 운영자인 손모(23)씨의 실명과 얼굴을 공개하고 합당한 처벌을 해달라는 국민청원에 대해 “법원 판결은 삼권분립 사안이라 판결 취지를 존중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신상공개가 어렵다는 것이다.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은 이날 국민청원 답변자로 나서 “전 세계를 경악하게 한 사건이 우리 사회에서 발생한 것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다”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손씨는 ‘다크웹’의 최대 아동음란물 영상 사이트 ‘웰컴 투비디오(W2V)를 운영하며 25만건의 아동음란물을 유통했다. 지난 17일 미국 법무부와 한국 경찰청이 W2V에 대한 국제 공조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수사당국은 2017년 9월부터 손씨가 개설한 사이트를 수사해 통해 32개국에서 이용자 310명을 검거했다. 이 가운데 한국인 이용자는 223명이었다. 법원은 손씨에 대해 징역 1년6개월형을 선고했다. 아동음란물 배포에 중형을 가하는 미국과 영국에 비하면 솜방망이 수준이다.
경찰청은 수사결과를 발표하며 아동음란물 이용자 223명에 대해 별도로 언급하지 않았다. 반면 영국과 미국에선 사이트 이용자의 신상정보와 구체적 혐의가 공개됐다. 손씨도 외신을 통해 이름과 나이가 공개된 상황이다.
청원인은 “손씨는 다크웹에서 영유아 및 4∼5세 아이들이 강간·성폭행 당하는 영상들을 사고파는 사이트를 운영했다”며 “미국에서는 영상을 다운로드만 한 사람도 중형을 선고받았는데 한국에서는 사이트 운영자가 고작 18개월형을 선고받았다”고 지적했다. 해당 청원은 지난 10월 21일부터 한달동안 30만6000명의 국민이 동의했다.
앞서 법원은 손씨 등에 대해 ’범죄 행위가 사회에 미치는 해악이 크다’면서도 피고인의 성장 과정상 정서적·경제적으로 어려웠다는 점을 들어 양형 이유를 밝혔다. 또 손씨가 범죄 전력이 없는 점, 부양가족이 있는 점도 고려했다고 한다.
이 장관은 “이번 사건에 대해 실제 법정에서 선고된 처벌수위와 국민의 법 감정 사이에 괴리가 있어 사회적 분노가 따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행정부는 삼권분립의 원칙에 따라 사법부의 확정판결을 따르고, 판결 취지를 존중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고 선을 그었다. 손씨에 대해 추가적인 처벌을 내릴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장관은 “다만 향후 발생하는 동일 범죄에 관해서는 피해자가 아동·청소년인 만큼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공감대를 고려하여 더욱 강하게 처벌 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개선에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리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국회 입법 추진 상황에 발맞추어 법 개정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장관은 “이번 청원을 계기로 여성가족부는 대법원 양형위원회에 아동·청소년이용 음란물 범죄에 대한 양형기준 마련을 요청했다. 양형위원회에서는 이를 받아들여 양형기준을 만들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또 검찰은 인터넷 기술의 발전으로 신종범죄가 법의 사각지대에 놓임에 따라 범죄의 죄질에 맞게 합당한 처벌이 이뤄질 수 있도록 사건처리기준을 상향해 엄정히 대응할 계획이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