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9단이 토크쇼에 출연해 은퇴를 결심한 이유와 AI를 상대한 소감 등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이세돌은 18일 전파를 탄 SBS ‘이동욱은 토크가 하고 싶어서’에 출연했다. 이 방송은 같은 날 시작된 이세돌과 인공지능(AI) ‘한돌’이 치른 은퇴 기념 대국이 열리기 전 녹화됐다.
이세돌은 은퇴 대국 상대로 AI를 택한 것에 대해 “내 욕심이었다. 생각나는 기사들은 있었지만, 부탁드리기 부담스러웠다”며 “마침 (한돌과의) 대결 제의가 왔고 인공지능과 두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세돌은 이날 치룬 한돌과의 1국에서 92수 만에 불계승 완승을 거뒀다. 그는 자신이 한돌과의 승부에서 승리할 것을 예측하지 못한 채 “제가 2점을 받고 시작해도 패할 확률이 굉장히 높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집에도 컴퓨터에 AI 프로그램이 깔려 있다”면서 “(집 프로그램도) 제가 못 이긴다”고 고백했다.
이날 이세돌은 1승 4패를 기록했던 ‘알파고 대국’ 이후 바둑에 대한 자부심이 깨지면서 은퇴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그는 “제 생각에 절대 이길 수 없다. 우리끼리 잘한다고 해서 이게 큰 의미가 있냐는 생각이 들었다”며 “저는 바둑을 예술로 배웠다. 둘이 만들어 가는 작품으로 배웠다. 그런데 더 하기는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당시 초반 3연패를 당했을 때를 떠올리며 “AI는 초반이 약할 것이라고 오판했다.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귀담아듣고 준비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며 “초반에 승부를 거는 건 어리석은 짓이라는 걸 뒤늦게 알았다”고 말했다.
이어 “4국에서는 내 스타일대로 하지 않고 꾹꾹 참았다”며 “경기 중반까지 수비만 하다 78수를 냈는데 인공지능이 예상하지 못한 수라 버그가 일어난 것 같았다”고 회상했다. 아내 김현진씨도 “당시 구글 관계자들이 술렁였다”며 “그때 남편의 승리를 예감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현진씨는 평소 딸과 잘 놀아준다는 이세돌이 최근 걸그룹 오마이걸에 빠져 조금 소홀해졌다고 폭로해 눈길을 끌었다. 이에 이세돌은 “최근 어떤 경연 프로그램(퀸덤)을 보다 빠졌다. 괜찮다 싶어서 노래를 찾아 들었다”며 “좋아하는 노래는 ‘불꽃놀이’다. 내 상황과 맞아 떨어지는 부분도 있더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이날 방송 시청률은 3.2%~3.9%를 기록했다.
박실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