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대북’ 충돌…中 ‘제재완화,미국도 이익’,美 상원 “제재 강화”

입력 2019-12-19 12:07
AP뉴시스

중국과 러시아가 대북제재 완화 결의안 초안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제출한 뒤 이를 둘러싼 미·중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중국은 연일 미국에 대북 제재 완화를 촉구하고 있지만, 미국은 상원 의원들까지 나서 제재 강화를 주장하는 등 강경한 입장이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19일 중국을 전격 방문하는 것도 중·러의 대북 공조 이탈을 막기 위한 차원으로 해석된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와 글로벌타임스는 19일 ‘대북제재 완화는 워싱턴에도 이익이다’라는 제목의 공동 사설을 통해 “국제사회는 대북 제재를 완화하는 데 뜻을 모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신문은 “중·러의 대북 제재 완화 제안에 미국은 즉각 반대 의사를 밝혔다”며 “몽둥이는 당근과 함께 써야 위협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게 국제정치의 상식인데, 미국은 당근을 꺼내야 할 때 여전히 방망이를 들고 있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신문은 “북한은 2년가량 핵실험과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실험을 하지 않았다”며 “대북제재 완화는 비핵화 프로세스에 대한 북한의 자신감을 높이고, 북·미간 상호 신뢰를 증가시켜 실질적인 성과를 얻는 데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대북 제재가 장기간 표류하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지렛대 역할을 상실하게 된다”며 “ 북한이 제재를 감당하지 못해 핵 프로그램을 포기할 수 있다는 생각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앞서 장쥔 유엔주재 중국 대사는 지난 17일(현지시간) 일부 기자들에게 “이번 결의안 초안은 북한의 인도주의적 우려를 완화하고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의 교착상태를 깨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 대사는 “제재는 북한이 우려하는 것이고, 그들의 우려는 정당하다”면서 “우리는 안보리를 분열시키는 게 아니고 한반도의 평화와 안보를 확보하기 위한 단합된 접근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상원의원들은 18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갖고 북한에 대한 강성 발언을 쏟아냈다.

민주당 크리스 밴 홀런 상원의원은 북한이 성탄절 전후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 가능성을 거론하며 “북한이 무엇을 생각하든지 북한의 도발에 추가적 경제압박으로 대응할 것이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여러 나라 가운데 특히 중국의 대북제재 이행이 느슨했다고 지적하며 중·러의 대북제재 완화 결의안 초안 제출은 “정확히 틀린 방향으로 우리를 이끄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미국 상원은 전날 북한과 거래하는 개인과 금융기관이 미국 금융기관과 거래하지 못하게 하는 조항이 포함된 국방수권법을 통과시켰다. 당초 이 조항은 북한에 억류됐다 숨진 오토 웜비어의 이름을 따 ‘웜비어법’으로 2017년 발의됐으나 하원 통과 후 상원에서 회기를 넘겨 폐기된 바 있다.

공화당 팻 투미 의원은 “의무적으로 제재를 부과하는 이 입법은 대북협상에 대한 미국의 포지션을 강화할 것”이라며 “제재가 실행 중이지만 우리는 이런 세컨더리(제3자) 제재를 필요로 한다”고 강조했다.

투미 의원은 “이 법이 특정국에 대한 것은 아니지만 (북한과 거래하는 금융기관) 대부분이 중국에 있다는 게 현실”이라며 중국을 겨냥한 법이란 점을 분명히 했다. 민주당 셰러드 브라운 의원은 “강력한 대북 경제적·외교적 제재 유지에 초당적인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회견에는 웜비어의 부모도 동석했다. 아버지 프레드 웜비어는 “여전히 북한이 우리 가족에, 우리 아들에 한 짓에 엄청난 충격을 느낀다”며 “(이번 입법은)북한의 행위를 변화시킬 방안”이라고 말했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19일 낮 베이징 서우두 공항에 도착해 이틀간의 방중 일정에 들어간다. 비건 대표의 이번 방중은 방한 기간 북한과의 ‘판문점 접촉’이 불발된데다 중·러가 대북제재 완화 결의안 초안을 제출하는 등 상황이 꼬이자 중·러의 대북 공조 이탈을 막으면서 새로운 돌파구 모색하려는 차원으로 해석된다.

미 국무부는 비건 대표의 이번 방중이 북한에 대한 국제적 일치단결을 유지할 필요성을 논의하기 위해 중국 당국자들을 만나려는 목적이라고 설명해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했다. 비건 대표는 이번 방문 기간 카운터파트인 뤄자오후이 중국 외교부 부부장 등과 만나 북·미 대화 및 대북 제재 등에서 중국의 협조를 당부할 것으로 예상된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