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권력 남용과 의회 방해 혐의 모두 탄핵안 가결
트럼프, 미국 역사상 세번째 하원 탄핵안 통과 ‘불명예’
미국 하원이 1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을 통과시켰다. 내년 11월 3일 대선을 10개월 반 앞두고 미국 정치는 크게 요동칠 전망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대통령직에서 쫓겨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되려면 하원에 이어 상원에서도 탄핵안이 통과돼야 하는데, 여당인 공화당이 상원 다수당이기 때문이다.
미 하원은 이날 본회의를 열고 ‘우크라이나 스캔들’과 관련, 트럼프 대통령의 권력 남용 혐의와 의회 방해 혐의에 대해 각각 탄핵소추안 표결을 실시했다.
미 하원은 먼저 실시된 권력 남용 혐의에 대한 표결에서 찬성 230표, 반대 197표로 탄핵안을 통과시켰다. 기권과 무효는 각각 1표와 3표였다. 미 하원은 또 2차 투표로 진행된 의회 방해 혐의와 관련해서도 찬성 229표, 반대 198표로 탄핵안을 가결시켰다. 역시 기권과 무효는 각각 1표와 3표로 나왔다.
두 혐의 중 하나라도 가결되면 탄핵안 통과라는 효력이 발생하는데, 이번 탄핵 표결에서는 두 혐의 모두에 대해 탄핵 찬성 결과가 나왔다.
하원에서는 민주당이 233명으로 다수당이라 표결 전부터 탄핵안이 통과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또 공화당이 197명, 무소속 1명인 점을 감안하면 이번 탄핵안 투표는 철저하게 당심(黨心)에 따라 이뤄졌다.
233명의 민주당 하원의원들 사이에서 권력 남용 혐의에 대해선 229표의 찬성표가, 의회 방해 혐의에 대해선 228표의 찬성표가 쏟아졌다. 197명의 공화당 의원들에선 권력 남용 혐의와 의회 방해 혐의에 대해 각각 195표라는 반대 몰표가 나왔다. 특히 공화당에선 탄핵 찬성표가 단 한표도 나오지 않았다.
미 하원 전체의석은 435석이지만 공석이 4석이라 총 재적의원 수는 431명이다. 하원에서는 재적 과반수의 찬성으로 탄핵안이 가결되기 때문에 찬성표를 던진 의원이 216명을 넘으면 탄핵안이 통과된다.
탄핵 표결에 앞서 6시간 동안 진행된 찬반토론에서 민주당과 공화당 하원의원들은 치열한 설전을 벌였다. 찬반토론과 표결 절차는 TV로 미국 전역에 생중계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월 25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4억 달러(약 4600억원)에 달하는 우크라이나 군사 원조를 고리로 민주당의 유력 대선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부자의 뒷조사를 압박했다는 권력 남용 혐의를 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미 하원의 탄핵 조사 착수 이후 미 정부 인사들에게 탄핵 조사위 출석 거부 등을 지시했다는 이유로 의회 방해 혐의가 추가됐다.
이번 하원 탄핵안 통과로 트럼프 대통령은 1868년 앤드루 존슨 대통령, 1998년 빌 클린턴 대통령에 이어 하원의 탄핵을 받은 세 번째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를 썼다.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1974년 워터게이트 스캔들로 하원의 탄핵 표결 직전 사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900년대 이후 처음으로 재선이 아니고, 첫 임기에서 하원 탄핵안이 가결된 대통령이 됐다.
하지만 상원에서는 공화당이 53명으로 다수당이며 민주당 45명, 민주당 성향 무소속 의원이 2명이라 트럼프 대통령 탄핵안이 부결될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하다. 특히 상원에서 탄핵안이 통과되기 위해선 재적의원 3분의 2인 67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민주당 입장에선 20명 이상의 반란표가 나와야 트럼프 탄핵안이 통과될 수 있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스캔들과 관련해 폭발력 있는 증거가 추가로 나오지 않는 한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대통령 직무가 정지되는 한국과 달리 미국의 경우 하원에서 탄핵안이 통과되더라도 상원의 최종 결과가 나올 때까지 대통령직을 계속 수행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탄핵에 대한 찬반토론이 진행되는 동안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급진 좌파, 아무것도 하지 않는 민주당의 끔찍한 거짓말, 이것은 미국에 대한 공격이고 공화당에 대한 공격”이라고 비판했다.
스테퍼니 그리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내고 “트럼프 대통령은 참모들의 보고를 받고 회의를 진행하는 등 하루 종일 일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소속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찬반토론 민주당 첫 주자로 나와 “트럼프 대통령은 헌법을 위반했다”면서 “그(트럼프)는 우리에게 선택의 여지를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