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 우~”
홍콩과 중국의 2019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남자부 최종 3차전이 열린 18일 부산 아시아드 주경기장. 야유는 킥오프 전부터 시작됐다. 경기장 남측 전광판 아래에서 홍콩특별행정구의 상징인 양자형기를 펼치고 운집한 홍콩 관중은 식전행사인 국가 연주에서 중국의 ‘의용군 행진곡’이 울려 퍼지자 야유를 터뜨렸다.
같은 국가를 사용하는 축구대표팀 간 경기에서 연주를 한 차례로 줄이는 국제 규정에 따라 ‘의용군 행진곡’은 두 번 울리지 않았다. 홍콩축구협회는 중국과 별도로 국제축구연맹(FIFA)에 가입했지만, 국가를 ‘의용군 행진곡’으로 채택하고 있다. 홍콩 관중은 앞서 1~2차전에서 ‘의용군 행진곡’이 연주될 때마다 그라운드를 등지고 야유했다.
두 팀의 A매치는 홍콩에서 반중(反中) 시위가 시작된 지난 6월 이후 처음으로 성사됐다. 홍콩 관중 수는 육안으로만 확인해도 100명을 훌쩍 넘겨 앞선 1~2차전보다 많았다. 그라운드를 사이에 두고 맞은편에 있는 북측 전광판 아래에 오성홍기를 펼친 중국 관중은 20명 남짓했다. 적어도 이 경기에서만은 홍콩이 분위기를 압도했다. 홍콩 관중은 경기가 끝날 때까지 단 한 순간도 응원을 멈추지 않았다.
“위 아 홍콩(We are Hongkong·우리는 홍콩이다)!”
‘대한민국’을 외치고 박수를 다섯 차례 치는 한국의 국가대표 응원 구호와 같은 박자로 홍콩 관중은 ‘위 아 홍콩’을 쉬지 않고 외쳤다. 중국 관중은 상대적으로 조용하게 경기를 관전했지만, 공격이 전개될 때는 소리를 높여 환호했다.
홍콩과 중국 관중 사이에서 우려됐던 충돌은 없었다. 이 경기에 앞서 지난 17일까지 일주일간 남·여부를 통틀어 펼쳐진 10경기를 모두 합산한 관중 수가 1만9255명에 불과할 정도로 저조한 이 대회의 관중 동원은 공교롭게도 홍콩·중국 관중 사이를 텅 빈 객석으로 갈라놓을 수 있었다.
대한축구협회는 두 관중의 충돌을 우려해 부산지방경찰청에 요청한 경찰 350명과 사설 경호원 640명을 경기장으로 동원했다. 경호 인력만 990명이었다. 사설 경호원으로 보이는 장내 요원들은 두 관중이 운집한 좌석 주변을 에워싸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홍콩 관중은 민주화 시위에 사용되는 기나 현수막을 장내에 설치하지 않았다.
홍콩 선수들은 밀리지 않는 경기력으로 응원에 보답했다. 중국의 일방적인 공격이 예상됐던 이 경기는 팽팽한 공방전으로 펼쳐졌다. 중국은 FIFA 랭킹 75위, 홍콩은 139위다. 홍콩은 ‘축구 변방’ 아시아에서도 최약체로 평가된다. 하지만 전반 16분 크로스바를 때린 슛을 포함해 결정적인 공격 기회를 만들어 맞섰다.
중국은 2대 0으로 승리했다. 수비수 지시앙이 전반 12분 홍콩 골문 앞 혼란에서 뜬공을 머리로 밀어 선제 결승골을 터뜨렸고, 미드필더 장시저는 후반 26분 페널티킥 추가골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중국은 뒤늦은 1승(2패)을 챙기고 3위에서, 홍콩은 3전 전패로 최하위에서 대회를 마쳤다.
부산=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