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의 역사 품은 동아시아 그 섬들의 이야기

입력 2019-12-18 15:14

동시대의 아픔을 가진 동아시아 섬 예술가들이 평화를 염원하는 연대 전시를 연다.

제주4·3평화재단과 동아시아평화예술프로젝트조직위원회가 19일부터 내년 1월 31일까지 제주4·3평화기념관과 포지션민제주에서 제주4·3 71주년 기념 동아시아평화예술프로젝트 기획전을 개최한다.

동아시아평화예술프로젝트는 제주·오키나와·타이완 등 동아시아 지역에 드리운 전쟁과 제국주의 침탈, 국가폭력의 어두운 역사를 성찰하고, 그것을 이 시대의 평화 의제로 연결하려는 움직임이다. 제주도립미술관장을 지낸 김준기 미술평론가가 예술감독을 맡고, 공동 큐레이터로 김정연, 우다퀀, 토미야마 카즈미, 아라이 히로유키, 오카모토 유카가 참여했다.

‘섬의 노래’라 이름 붙인 주제기획전에는 제주 등 우리나라 작가 28명과 오키나와 작가 4명, 일본 본토 1명, 타이완 7명, 홍콩 2명, 베트남 2명 등 86명이 출품한다. 이들은 각각의 체험과 사유를 바탕으로 자신이 마주해 온 섬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 속에는 상처 회한 우울 등으로 드러나는 아픔과 평화 용서 희망의 메시지가 함께 들어있다.

전시명 ‘섬의 노래’는 오키나와 출신 밴드 BOOM의 노래 ‘시마우타(島鳴)’에서 따왔다. 이 노래는 전쟁을 겪은 이들의 상처와 고통을 평화 메시지로 연결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오키나와는 오키나와전투이래 지금까지 군사적 대립을 상징하는 장소로 기억되고 있다.

한편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기획전과 별도로 두 가지의 특별전이 선보인다.

‘표현의부자유전@제주’는 2019 아이치트리엔날레의 한 섹션으로 열렸던 ‘표현의부자유전그후’를 부분 수정해 제주도로 초청했다. 한국에서 평화의 소녀상 문제로만 알려졌던 일본의 예술 탄압 문제를 총체적으로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게 꾸몄다. 아이치트리엔날레 출품작가 16인 중 12인과 별도 작가 2인이 출품한다. 개막식에는 타이완의 타이페이 MOCA 관장 로리천이 방문한다.

‘2019 여순평화예술제:손가락총@제주’는 여순항쟁이 발생한 10월 19일 순천에서 열린 전시를 제주로 옮겨왔다. 4·3항쟁에 나선 제주도민들을 학살하라는 명령을 거부하고 봉기한 여수 주둔 군인들과 여수·순천 인민위원회의 활동, 학살의 역사를 다뤘다. 국가폭력에 의해 상처받은 민중들의 아픔이 70년 전 제주 밖에서도 있었음을 기억한다. 개막식에서는 정숙인 작가가 여수 주둔 14연대의 호소문과 여수인민위원회의 선언문을 낭독하는 퍼포먼스를 펼친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