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 아파트 가격대별 현실화율 목표치 따로 설정
9억~15억 70%, 15억~30억 75%, 30억 이상 80%
2021년부터 중장기 로드맵에 따라 현실화 작업 본격화
정부가 내년에 고가 주택의 공시가격을 대폭 올린다. 고가 주택과 중저가 주택의 공시가격 현실화율(시세반영률) 역전현상이 빚어지면서 조세형평성이 훼손됐다는 지적에 따른 대응이다.
우선 서울 강남권 아파트나 마용성(마표·용산·성동구)를 표적으로 삼았다. 9억원 이상의 고가 아파트를 가격대별로 나눠 현실화율 목표치를 70~80%로 설정하는 ‘정밀타격’에 나선다. 비싼 아파트일수록 현실화율 속도를 높인다. 이에 따라 일부 단지의 아파트는 내년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부담이 올해보다 50% 늘어난다. 2021년부터는 공시가격 현실화율 최종 목표치를 담은 ‘로드맵’에 따라 정책을 추진한다.
국토교통부는 17일 ‘2020년 부동산 가격공시 및 공시가격 신뢰성 제고방안’을 발표했다. 국토부가 공시가격 산정방식과 제도 운영의 방향을 밝히기는 1989년 공시제도 도입 이후 처음이다. ‘타깃’은 시세 9억원이 넘는 아파트다. 국토부는 내년에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9억~15억원 아파트 70%, 15억~30억원 아파트 75%, 30억원 이상 아파트 80%로 정했다. 9억원 미만의 아파트는 시세변동분만 공시가격에 반영키로 했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결정하는 기본 원칙은 ‘2020년도 공시가격=2019년 말 시세×(2019년도 현실화율+α)’다. 고가 아파트일수록, 또한 올해 현실화율이 낮은 주택일수록 ‘α’를 최대로 늘려 내년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올린다. 국토부 관계자는 “고가 주택일수록 현실화율 상승폭이 커지고 고가·저가 부동산 간 형평성이 맞춰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공시가격이 지나치게 많이 올라 형평성 논란이 불거지는 걸 막기 위해 현실화율 제고분의 상한선(9억∼15억원 8% 포인트, 15~20억원 10% 포인트, 30억원 이상 12% 포인트)을 설정했다.
국토부는 올해 68.1%였던 공동주택의 평균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내년에 69.1%로 상향될 것으로 추정한다. 30억 이상 공동주택의 평균 현실화율은 79.9%, 15억~30억원 공동주택은 74.6%, 12억~15억원 공동주택은 69.8%, 9억~12억원 공동주택은 68.8%에 이를 것으로 관측했다. 9억원 이하 공동주택은 올해 현실화율과 같은 수준으로 추산된다.
토지의 경우 영세자영업자가 많은 전통시장을 제외하고 일괄적으로 ‘α’를 적용한다. 토지의 내년도 평균 현실화율은 65.5%(올해 64.8%)로 높아진다. 국토부는 향후 7년 안에 모든 토지(전통시장 제외)의 현실화율을 70%에 맞출 계획이다.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오르면서 고가 아파트의 보유세도 크게 늘어나게 된다. 올해 가격이 33.5% 뛰어 시세 23억5000만원인 서울 강남구 A단지의 전용면적 84㎡ 아파트는 내년 공시가격이 17억6300만원으로 올해보다 53.0% 높아진다. 이에 맞춰 보유세는 419만8000원에서 629만7000원으로 50.0% 증가한다. 시세 16억원인 마포구 E단지의 전용면적 84㎡ 아파트는 내년 공시가격이 11억8000만원으로 36.5% 오르고, 보유세는 50.0% 늘어난 368만7000원을 내야 한다. 공시가격에 시세 상승분이 고스란히 반영된 셈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전체 평균이 1% 포인트 오르지만, 고가 주택일수록 상승폭이 커져 전체 조세형평성은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다만 고가 주택에 초점을 맞추면서 고가 주택의 보유세 인상폭도 높아져 일부 주택 보유자의 반발도 예상된다.
국토부는 내년도 공시가격 제도의 운영 방향성을 구체적으로 밝혔지만, 언제까지 어떤 수준으로 끌어올릴지 최종 목표치를 함구했다. 중장기 목표치를 담은 로드맵을 내년 중에 발표할 방침이다. 2021년도 공시가격 현실화 정책은 이 로드맵에 따라 진행된다. 모든 주택의 현실화율을 일정 수준으로 정해놓고 가격대별로 속도를 조절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한편 국토부는 공시가격 신뢰성 제고 방안도 마련했다. 주택에만 규정된 80%의 공시비율 기준을 내년도 공시부터 폐지한다. 개별부동산 가격 산정 시 활용하는 비교 표준 부동산을 선정하는 기준도 구체화해 지방자치단체 담당자가 임의로 가격을 낮추지 못하게 한다. 한국감정원 등 조사기관의 책임성과 검증체계도 대폭 강화한다.(국민일보 10월 1일자 18면·12월 10일자 18면 참조)
세종=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