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준 우아한형제들 부사장은 17일 “딜리버리히어로(DH)와의 M&A로 인한 중개 수수료 인상은 있을 수 없고 실제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아한형제들은 최근 DH에 인수되면서 국내 배달앱 시장 점유율 90%를 차지하는 ‘공룡’으로 거듭났다. 우아한형제들의 적극적인 해명에도 불구하고 독과점적 지위를 이용해 수수료를 인상하는 등 소비자 편익을 위협할 것이라는 우려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 부사장은 이날 우아한형제들 직원과의 간담회에서 “독과점으로 인한 수수료 인상 우려가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질문하자 이같이 답했다. 그동안 김봉진 대표가 간담회 답변자로 나섰지만 이날 간담회에는 우아한형제들 차기 CEO로 내정된 김 부사장이 처음 답변자로 나섰다.
김 부사장은 “내년 4월부터 새롭게 적용될 과금 체계를 우리는 이미 발표했다”며 “중개 수수료를 업계 통상 수준의 절반도 안 되는 5.8%로 낮추고 소상공인에게 부담을 주던 ‘깃발꽂기’를 3개 이하로 제한하고 요금도 동결했다”고 말했다.
김 부사장은 또 “전 세계 배달앱 중에 수수료율을 5%대로 책정한 곳은 배민 밖에 없다”며 “이 같은 낮은 수수료율이 결국 음식점주님들을 우리 플랫폼으로 모시는 원동력이 됐고, 많은 음식점을 만날 수 있으니 이용자와 주문 수도 늘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업주님과 이용자들이 모두 만족할 때 플랫폼은 성장할 수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M&A를 했다고 수수료를 올리는 경영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새 과금 체계에서는 자본력이 아니라 맛있는 음식을 제공하는 업소에 주문이 몰릴 수밖에 없고, 이 방향이 장기적으로 배달의민족을 좋은 플랫폼으로 만드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우아DH 아시아 회장을 맡은 김 대표도 M&A 배경을 공개하면서 거들었다. 그는 “딜리버리히어로와의 M&A는 한국서 출발한 스타트업을 국내 1위로 키운 뒤,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시킬 수 있느냐의 갈림길에서 일어난 딜”이라며 “국내 수수료를 조금 올려 보자는 차원의 일이 아니라는 점을 알아 달라”고 말했다.
DH가 우아한형제들을 인수하면서 배달 애플리케이션 1위인 배달의민족과 2위 요기요, 3위 배달통을 모두 소유하게 됐다. 3개사의 시장 점유율을 합치면 90%에 육박한다. 압도적인 점유율을 확보한 배달의민족과 요기요가 배달 수수료를 올리는 등 소비자 편익을 위협하리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당장 소비자 편익을 후퇴시키지 않는다 해도 가맹점주에게 희생을 강요할 수 있다는 의혹의 눈초리도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런 우려 등을 포괄적으로 검토해 기업결함심사 후 합병 승인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