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제조업…기업매출 3분기 연속 마이너스

입력 2019-12-17 15:13 수정 2019-12-17 16:04

국내 기업들의 성장성과 수익성에 ‘경고등’이 켜졌다. 기업 매출액이 3분기 연속으로 마이너스(-)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제조업 영업이익률은 2015년 이후 처음으로 5%대가 무너졌다. 미·중 무역분쟁과 글로벌 교역망 축소, 반도체 시장 침체 등이 기업 실적을 악화시킨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한국은행은 17일 ‘2019년 3분기 기업경영분석’을 발표하고 “외부감사를 받는 국내 기업의 올해 3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대비 2.8% 감소했다”고 밝혔다. 올해 1분기(-2.4%)와 2분기(-1.1%)에 이은 3분기 연속 마이너스 행진이다. 한은은 외부감사 대상인 1만9884개 기업 중 3764곳을 표본 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보고서를 작성했다. 또한 통계의 이용도를 높이기 위해 2009~2014년중 기업경영분석 통계를 현재의 편제기준에 맞추어 소급편제했다.

기업 매출액이 줄어드는 배경엔 제조업과 비제조업의 동반 부진이 자리한다. 매출액 감소폭은 제조업(-1.7→-3.8%)과 비제조업(-0.3→-1.4%) 모두 전기보다 감소폭이 커졌다. 주력 제조 수출품인 석유화학제품의 수출액은 1년 전보다 16.3%, 반도체 수출액은 30.3% 내려앉았다. 그나마 가격 영향을 덜 받았던 비제조업도 불황을 피해가지 못했다. 도·소매업의 무역액(-8.5%)과 항공화물 수송량(-7.6%) 감소는 비제조업 매출액 수준을 끌어내렸다. 한은 측은 “미·중 무역분쟁과 반도체 시장 침체 여파로 제조업 부문 매출액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자료: 한국은행

매출액이 줄자 수익성도 악화됐다. 기업의 영업이익률은 올해 3분기 4.8%로 전년동기(7.6%)보다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2015년 1분기 이후 처음으로 5%대 선이 무너졌다. 1000원을 팔면 50원도 못 남긴다는 뜻이다. 반도체 가격이 1년 전보다 32% 감소해 기계·전기전자 중심으로 이익률이 현저하게 떨어졌다.

기업 체질은 나빠지고 있다. 제조업 부문 기업들의 차입금 의존도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제조업 부문 차입금 의존도는 지난해 3분기(18.3%)부터 올해 3분기(20.4%)까지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다. 저금리 기조로 회사채 발행 비용이 줄어들자 채권으로 운전자금을 대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다만 한은은 오는 4분기 전망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했다. 한은측은 2015년과 2016년에 걸쳐서 매출액이 6~7분기 연속으로 마이너스였던 적도 있었다며 “매출액이 3분기 연속 마이너스라고 해서 ‘추세적인 감소’라고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은 측은 “올해 3분기도 2분기 때와 마찬가지로 제조업이 부진한 흐름을 이어갔다. 하지만 제조업 영업이익률을 보면 이미 내려올만큼 내려온 것 같다”며 추후 반등의 여지를 남겼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