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국가주석 등 중국 지도부가 16일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을 만나 다시 한번 지지를 확인하며 시위 사태에 강경하게 대응할 것을 주문했다.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 람 장관에게 “올해 홍콩은 1997년 주권반환 후 가장 중대하고 복잡한 시기를 맞고 있다”면서 “이런 어려움 속에서 람 장관은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의 굳건한 기반 위에서 법에 따른 통치를 했다”고 말했다. 이어 “중앙정부는 람 장관의 용기와 충성을 충분히 인정한다”며 재신임을 천명했다.
연례 업무 보고차 베이징에 온 람 장관은 지난달 24일 홍콩 구의원 선거에서 친중파 진영이 참패한 뒤 처음으로 중국 지도부를 만났다. 지난 6월 시작된 홍콩 시위가 7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데다 구의원 선거에서 친중파 진영이 전체 452석 중 60석을 차지하는 참패를 당한 만큼 중국 지도부가 그에 대한 재신임을 천명할지 주목됐다.
일각에서는 중국 지도부가 람 행정장관을 경질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왔지만 시 주석은 이를 일축했다. 시 주석은 “단호하게 법을 집행하고 조국과 홍콩을 사랑하는 홍콩 경찰을 지지한다”면서 ‘국가안보’를 강조하고 나섰다. 그는 “국가 주권과 안전, 발전을 지키기 위한 흔들림 없는 결의를 지녀야 할 것”이라며 “일국양제의 원칙을 실현하고, 홍콩 문제에 대한 외부 세력의 어떠한 개입도 반대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리커창 중국 총리도 이날 람 장관을 만나 지지를 재확인 했다. 리 총리는 “지난 6월부터 계속되고 있는 홍콩의 반정부 시위가 홍콩에 여러 방면에서 해를 끼쳤으며 홍콩 경제에 큰 타격을 가했다”면서 “홍콩 정부는 법에 따라 폭력을 멈추고 혼란을 끝내며 질서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람 장관은 홍콩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인정했다. 그는 “홍콩은 올해 상반기에 무역전쟁 등 외부적 요인으로 경제가 어려움을 겪었지만, 하반기에는 내부적 사회 불안으로 인해 더 큰 어려움에 직면했다”고 밝혔다.
중국 지도부가 람 장관과 홍콩 경찰에 대한 지지를 확고하게 밝히면서 앞으로 홍콩 정부와 경찰이 시위 사태에 강경하게 대응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이번 면담에 중국의 사법·공안 계통을 총괄 지휘하는 중앙정법위 서기인 궈성쿤 정치국원이 함께한 것은 향후 홍콩 경찰의 시위 강경 대응에 힘을 실어주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시 주석이 ‘국가안보’를 강조한 것과 관련해 중국 지도부가 람 장관에게 국가보안법 추진을 지시했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홍콩 정부는 2003년 기본법 23조에 근거해 국가보안법 제정을 추진했지만, 50만 명의 홍콩 시민이 거리로 나와 반대를 외치자 취소한 바 있다. 중국 중앙정부가 홍콩 시위 사태에 대한 통제 강화를 천명한 가운데 국가보안법이 다시 추진되면 대대적인 저항에 부딪힐 것으로 예상된다. 람 장관은 베이징 일정을 마치고 17일 홍콩으로 돌아간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