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비, 자동차, 선박 등을 만들어 온 제조기업들이 잇달아 로보틱스 사업을 확대하고 나섰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자동화, 무인화된 산업협장에서 로보틱스가 필수 요소로 주목받고 있는만큼 기업마다 신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두산그룹은 올해 해외 로보틱스 시장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해 협동로봇 양산을 시작한 두산로보틱스는 해외 진출 2년 만에 유럽 미국 중국 등 20여개 국가에 34개의 대리점을 확보했다.
라인업 다양화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두산로보틱스는 지난해 협동로봇 ‘M 시리즈’를 선보인 데 이어 올해는 가격을 낮추고 종류는 늘린 ‘A 시리즈’를 선보였다. 기술력과 가격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해 세계 선두 자리를 노린다는 것이다.
두산 관계자는 “A 시리즈를 출시함으로써 글로벌 업계 내 가장 다양한 라인업을 보유하게 됐다”면서 “동종업계 최고 속도와 우수한 가속성 구현으로 로봇의 스피드를 극대화시켜 그 어떤 작업도 신속하고 완벽하게 수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최근 이사회에서 로봇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자회사 ‘현대로보틱스’로 신규 설립할 것을 결의했다. 오는 2024년까지 로봇사업 매출 1조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현대중공업은 로봇사업을 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고 국내외 생산설비 투자, 글로벌 유수 기업과의 전략적 협력 등을 진행하며 지속적으로 육성시켜왔다. 현대로보틱스는 분할 이후 산업용 로봇의 해외 진출에 속도를 내고 스마트팩토리, 스마트물류, 모바일 서비스로봇 등 신사업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중공업은 최근 KT와 개발·제작한 모바일서비스로봇 ‘유니(UNI)’를 상용화하는 데도 성공했다.
자동차회사도 예외가 아니다. 현대자동차는 이달 초 공개한 ‘2025 전략’에서 자동차와 개인용 비행체(PAV) 뿐만아니라 로보틱스 등으로 제품군을 확대하겠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제조기업들이 이처럼 로보틱스에 집중하는 데는 4차 산업혁명 기술 중 이 분야가 가장 현실에서 많이 활용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우선 인간이 하기엔 위험한 작업, 반복적인 작업에 로봇은 유용하다. 두산로보틱스의 협동로봇이 치킨 조리를 하는 모습이 지난 9월 공개된 것이 대표적인 예다. 협동로봇은 기계를 제조하는 현장뿐만 아니라 다양한 곳에서 볼 수 있다. 물류 현장, 대형마트, 레스토랑, 가정 등 일상에 적용될 수 있는 서비스로봇도 점차 늘어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본다.
다양한 기술을 접목시킬 수도 있다. 로보틱스에 다양한 센서를 적용하거나 인공지능(AI) 기술 등을 접목시키면 기존 대비 고부가가치 제품이 된다.
로보틱스 분야로 해외 시장 공략에 공격적으로 나서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국내외에서 동시에 매출 증대를 이끌 수 있는 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마켓스앤마켓스(M&M)에 따르면 올해 1조3000억원 규모인 협동로봇 시장은 오는 2023년 5조1000억원 수준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현대로보틱스는 지난해 세계 최대 로봇시장인 중국에 진출했고, 올해엔 지난해 대비 4배 이상 오른 3000만 달러의 수주를 달성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대로보틱스는 내년 초 유럽지사를 설립해 이를 기반으로 해외 진출을 적극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두산로보틱스는 최근 중국 광동송경지능과기지분유한공사와 현지 협동로봇 공급을 위한 대리점 계약을 맺었다. 중국 내 3C(컴퓨터·통신·소비자가전) 산업이 가장 밀집해 협동로봇 수요가 높은 화난 지역을 집중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17일 “협동로봇은 사람들의 손재주를 모방하기 때문에 생산현장뿐만 아니라 물류·서비스 분야로도 활용 범위를 확대해나갈 수 있는 기술”이라면서 “협동로봇 자체의 시장 성장성도 크지만 해당 분야에서 창출되는 파생 기술의 가치도 높다고 본 것”이라고 말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