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27·토트넘 홋스퍼)의 힘이 빠진 것일까. 올 시즌의 반환점 통과를 앞두고 풀타임에 가깝게 소화한 경기를 슛 1회로 끝냈다.
손흥민은 16일(한국시간) 영국 울버햄튼 몰리뉴 스타디움에서 울버햄튼 원더러스를 2대 1로 제압한 2019-2020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17라운드 원정경기에 토트넘 홋스퍼의 왼쪽 공격수로 선발 출전해 교체된 후반 추가시간 2분까지 92분을 소화했다.
토트넘의 4-2-3-1 포메이션에서 델리 알리, 루카스 모우라와 함께 2선 공격을 이끌었지만 소득은 없었다. 슛은 1회에 그쳤고, 득점으로 연결된 패스는 없었다. 번리의 골문 앞까지 70m를 드리블로 돌파해 득점했던 지난 8일 16라운드 홈경기와 대비되는 결과다.
손흥민은 주제 무리뉴 감독이 부임한 지난달 20일부터 이날까지 치러진 7경기에 모두 출전했다. 한 달 남짓한 기간에 리그 5경기,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2경기를 소화하는 강행군이었다. 손흥민은 이 과정에서 올 시즌 10호 골, 9호 어시스트를 달성했다.
이날은 달랐다. 손흥민의 몸놀림이 평소보다 무거웠다. 굵은 빗줄기 속에서 수중전이 펼쳐졌고, 옐로카드만 4장씩 주고받은 육탄전이 벌어진 경기였다. 울버햄튼 수비진은 오른쪽 공격수 모우라보다 손흥민을 집중 견제했다. 고립된 손흥민 쪽으로 공도 넘어오지 않았다.
결국 기회는 모우라에게 돌아갔다. 손흥민은 전반 8분 울버햄튼 골문 앞까지 파고든 뒤 슛을 때렸지만 골키퍼 루이 파트리시우의 선방에 가로막혔다. 이때 흐른 공을 모우라가 오른발 슛으로 때려 선제골을 뽑아냈다.
토트넘은 후반 23분 울버햄튼 수비수 아다마 트라오레의 오른발 중거리 슛으로 동점을 허용했지만, 후반 추가시간 1분 수비수 얀 베르통언의 헤딩골로 승부를 갈랐다. 무리뉴 감독이 그 직후에 승리를 굳힐 목적으로 수비수 후안 포이스를 추가 투입하면서 뺀 선수는 손흥민이었다.
유럽 스포츠 통계 사이트 후스코어드닷컴은 손흥민의 활약상을 팀 내 최저인 6.74점으로 평가했다. 스포채널 ESPN은 “손흥민이 공을 잡을 때마다 고전했다. 마법 같은 슛을 노렸지만, 풍선 같은 프리킥은 경기장 밖으로 날아가지 않은 게 다행일 정도”라고 혹평했다. 풍선에 비유할 만큼 슛에 힘이 없었다는 얘기다.
토트넘은 모두 38라운드를 소화하는 리그에서 전반부 종료를 2경기 남긴 17라운드까지 7승 5무 5패(승점 26)를 기록해 5위로 도약했다. 토트넘은 ‘박싱데이’(12월 26일) 주간인 오는 23일부터 일주일 사이에 3연전을 소화하게 된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