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1단계 무역합의’ 했다지만…여전히 안갯속

입력 2019-12-15 17:16
AP뉴시스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대해 첫 관세폭탄 투하로 본격적인 무역전쟁을 시작한지 17개월만에 양국이 1단계 무역합의를 이끌어냈다. 하지만 여전히 양측은 미세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어 정식 서명까지 좀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 국무원은 미·중 1단계 무역 합의에 따라 15일 낮 12시 1분부터 시행하기로 예고한 대미 추가 관세 부과를 보류한다고 이날 공고했다. 이는 미국이 15일로 예고했던 추가 관세를 보류하자 중국도 상응하는 조치로 해석된다. 중국은 다만 기존 고율 관세는 유지한다고 밝혔다.
중국은 앞서 지난 13일 밤 관련 부처 기자회견을 갖고 지식재산권, 기술 이전, 식품 및 농산품, 금융 서비스, 환율 및 투명성, 무역 확대 등이 포함된 1단계 무역 합의 문건 내용에 양국이 서로 동의했다고 발표했다.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합의에 대해 “세계 무역에 안정을 제공할 것”이라며 “전 세계에 좋은 소식”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 측의 발표 직후 트위터를 통해 1단계 합의를 확인하면서 “중국은 많은 구조적 변화와 대규모 (미국산) 농산물과 에너지, 공산품, 더 많은 플러스 등에 대한 구매를 약속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초 15일 예정됐던 16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에 대한 추가관세는 “부과되지 않을 것”이라며 기존 1200억달러 규모에 대한 관세 15%에서 7.5%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다만 기존 2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에 부과하던 25%의 관세는 그대로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중국이 향후 2년간 제조업, 에너지, 농업, 서비스 등 4개 분야에 집중해 20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구매를 약속했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 중국이 320억달러(약 37조5000억원) 규모의 미국산 농산물을 기존보다 추가 구매하기로 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중국이 2017년 24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농산물을 구매했는데, 이를 연간 160억 달러씩 늘려 연 400억 달러 어치를 수입할 것이란 얘기다. 하지만 중국 측은 이에 대한 구체적인 금액을 밝히지 않아 향후 이견이 노출될 가능성도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날 “많은 디테일이 발표되지 않았고, 많은 골치 아픈 이슈들이 해결되지 않았다”며 최종 서명을 앞두고 협상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정부가 구체적인 액수까지 밝힌 반면 중국 정부는 미국산 구매 확대 등에 대해 추상적인 방향성만 제시하고, 미국 농산물도 필요한 만큼만 살 것이라며 신경전을 폈다.

기존 관세에 대해서도 중국은 미국이 단계적으로 철폐하기로 약속했다고 발표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2500억 달러 규모의 25% 관세는 ‘2단계 협상’ 대상으로 넘겨놨음을 분명히 했다.

중국은 서명 시기에 대해 향후 내부 법률 평가 등 절차를 거쳐 일정 협의를 할 예정이라고 했으나,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최종 서명이 내년 1월 첫째 주에 이뤄질 것이라고 밝혀 입장차를 보였다.

따라서 농산물 구매와 관세 추가 인하 여부를 놓고 막판 줄다리기 과정에서 협상이 삐걱될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있다는 지적이다. 무역 합의 타결 소식이 전해진 13일 뉴욕 증시가 강보합권에서 거래를 마친 것은 이런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1단계 합의에 서명하더라도 중국은 여전히 무거운 대중 관세가 짓누르고 있는데다, 2단계 협상의 쟁점인 중국의 산업 보조금 문제나 국영기업 개혁 등의 핵심 쟁점들이 기다리고 있어 최종 타결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