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다가 내려간 무대의 빈자리에는…

입력 2019-12-15 17:00

국토교통부와 플랫폼 업계는 지난 12일 ‘플랫폼 제도화 세부 법령’의 방향성을 논의하기 위해 간담회를 가졌다. 하지만 그동안 정부와 업계가 보여준 갈등을 되풀이하는 ‘도돌이표 논의’만 이뤄졌다(국민일보 12월 13일자 8면 보도 참고). 회의 중간중간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발단은 플랫폼 업계의 ‘강한 불만’이었다.

플랫폼 업계를 대표해 모두발언에 나선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국토부가 법안에 반대하는 특정 업체를 비난해 갈등을 조장하지 말고 구체적인 청사진을 보여 달라. 면허 총량과 기여금이 스타트업의 사업을 막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타다의 모회사인 쏘카 이재웅 대표가 정부를 비판했던 내용과 같다. 타다 측은 간담회에 참여하지 않았다. 타다의 빈자리를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 채운 셈이다.

문제는 타이밍이었다. 최 대표의 발언은 국토부가 ‘기여금 면제’라는 전향적 카드를 내놓은 직후에 나왔다. 국토부는 업계에 먼저 대안을 제시하면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의 세부 법령(시행령) 논의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플랫폼 업계가 국토부 대안을 전면으로 부정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최 대표 모두발언 이후 비공개로 전환된 간담회의 분위기는 얼음장처럼 차가웠다고 한다. 별다른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사업 계획 단계부터 정부 통제를 받아야 하는 걸 우려하는 플랫폼 업계 입장은 타당하다. 다만 정부가 총량제를 적용하려는 ‘타다식 서비스’는 택시와 동일한 시장을 두고 경쟁한다는 사실에 변함이 없다. 택시의 경우 면허 취득, 총 운행대수, 부제 시행, 요금까지 규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반면 렌터카는 총량 규제를 받지 않아 ‘무제한 확장성’을 지닌다.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플랫폼 업계에만 규제를 적용하지 않으면 되레 ‘특혜’로 비춰질 수 있다. 차라리 플랫폼 업계에서 택시와 공정한 경쟁을 하겠다면서 택시 관련 규제를 합리화해 달라고 요구하는 게 효과적일 수 있다.

또한 플랫폼 업계의 요구는 ‘총량제 폐지’ 하나에만 집중됐다. 플랫폼 업계가 타다 입장만을 대변하면, 플랫폼 서비스는 타다 방식만 있다고 스스로 규정하는 꼴이 된다. 소비자 머리속에 ‘플랫폼 서비스=타다’라는 도식이 자리 잡는다면 앞으로 다른 형태의 플랫폼 서비스가 등장할 여지도 줄어들게 된다.

간담회에 참석했던 한 플랫폼 업체 관계자는 “여러 스타트업의 입장이 다른데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 타다 입장만 대변해 당황스러웠다. 플랫폼 제도화를 어떻게든 마무리해야 사업 계획을 세울 수 있는데 갈등만 이어져 아쉽다”고 말했다.

세종=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