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전 대통령 저격수’로 떠오른 임한솔(38) 정의당 부대표가 15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전씨가 제5공화국 시절 입버릇처럼 말했던 ‘정의사회 구현’을 제대로 해서 그에게 되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정의사회 구현’은 전두환 정권의 슬로건이었고, 당시 집권당 이름도 민주‘정의’당이었다.
노회찬 의원실 인턴비서로 정치에 입문한 임 부대표는 지난해 전씨의 거주지인 서울 연희동을 관할하는 서대문구 구의원이 됐다. 그는 지난해 서울시 38세금징수과에 수차례 공문을 보내 지방세 고액 체납자인 전씨의 재산을 압류할 것을 요구했다. 지난달 7일에는 전씨가 강원도 홍천의 골프장에서 지인들과 골프를 치는 영상을 공개했고, 12·12사태 40주년인 지난 12일에는 전씨를 비롯한 쿠데타 주역들이 서울 압구정동의 고급 중식당에 모여 ‘샥스핀(상어 지느러미 요리) 오찬’을 즐기는 모습을 폭로했다. 두 폭로 영상에는 전씨에게 질문을 던지는 임 부대표의 모습도 나온다. 골프장에서는 ‘추징금과 체납 세금을 언제 낼 거냐’고 묻자 전씨는 “네가 대신 내라”고 답했다. 중식당에선 ‘12·12 당일인 오늘은 자숙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느냐’고 따졌는데, 전씨는 답하지 않았고 동석자가 임 부대표의 입을 틀어막았다. 이하 일문일답.
-전 전 대통령에 대한 관심은 어떤 계기로 갖게 됐나.
“제가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서 정의당으로 처음 당선되고 서대문구의 31만명 구민 모두를 잘 모시겠다고 말씀드렸다. 그 중에 딱 1명, 전두환씨에 대해서는 그럴 수 없다는 소명의식을 갖기 시작했다. 그래서 구의원 당선 직후부터 쭉 추적을 해와서 지난 연말에는 지방세 체납 문제를 재공론화했고, 지난달 골프장에서의 모습을 포착했으며, 12·12 당일 자축연을 벌이는 것까지 포착했다.”
-연희동에는 노태우 전 대통령도 있는데 왜 전두환인가.
“노태우씨는 전씨와 상반되게 추징금 2000억원을 완납했다. 또 그의 아들(노재헌씨)을 통해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사과 의사를 거듭 밝히고 있다. 전씨 부부처럼 망언을 하거나 뻔뻔스런 모습을 보이지 않고 조용히 지내고 있다. 이순자씨는 남편을 ‘민주주의의 아버지’라고 말해 국민을 화나게 만들고 5·18 학살 책임도 부정한다. 추징금도 내지 않았고 세금도 고액을 체납한 상태다. 너무 뻔뻔하게 ‘황제 골프’를 치고 12·12 자축연을 벌인다. 이런 모습을 봤을 때 끝까지 단죄하는 것이 정의당 부대표로서 저에게 주어진 소명이라고 생각한다.”
-전씨에 대한 추적은 어떻게 하나.
“영업 기밀인데 간단히 말씀드리면 일단 제보도 있고 제가 추적, 잠복한 결과도 있다. 그리고 주민들이 저에게 준 구의원의 권한을 활용하고 있다. 3가지 방법을 종합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전씨를 추적하면서 인상 깊었던 순간은.
“너무나 많은 일들이 있었다. 지난 12일의 일만 놓고 보면 전씨가 12·12 당일에 오찬을 즐기는 모습을 많은 국민들께 보여드린 것이 저의 성과이긴 하지만 결코 기쁘지는 않았다. 광주의 많은 시민들과 5·18 당시 가족을 잃은 유족들이 이걸 보고 또다시 얼마나 분통이 터지고 가슴이 미어질까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 전씨를 하루빨리 단죄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전씨 말고 또 추적할 사람이 있나.
“우리가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바로잡지 못한 아픈 과거들이 많다. 그 당사자들 가운데 여전히 반성하지 않고 지내는 사람이 많다. 그런 사람들이 일단 제 타깃에 들어온다.”
-대표적으로 어떤 이들을 들 수 있나.
“이명박·박근혜 정권 때 국민과 역사 앞에서 죄를 지었던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런 사람들 중에 죗값을 충분히 치르고 반성하지 않고, 여전히 본인이 죄가 없다고 한다거나 부당한 기득권을 행사하려 한다면 누구나 다 제 타깃이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정치에는 어떻게 입문하게 됐나.
“2004년부터 진보정당 활동을 해왔다. 17대 국회 때 노회찬 의원실에서 인턴비서로 일을 시작했다. 19대 국회 때는 당시 심상정 원내대표실에서 공보비서로 일했다. 노회찬과 심상정이라는 걸출한 진보 정치인과 함께 일하며 자연스럽게 ‘저분들처럼 훌륭한 정치인이 돼야겠다’고 꿈을 키웠다. 이후 2014년 정의당에서 처음 출마를 했고, 3번째 도전 끝에 지난해 구의원에 당선됐다. 진보정당 한 길만 걸어왔다.”
-정의당은 노동과 인권 문제를 주로 강조하는데 당신은 새로운 캐릭터같다. 정치인으로서 본인의 강점은 무엇인가.
“저는 당명(정의당)에 충실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사회의 정의를 올바르게 구현하는 것이 소명이자 목표다. 저는 거기에 충실하고 있다. 정의사회 구현이 전씨가 5공 시절에 입버릇처럼 하던 얘기다. 저는 진정한 정의사회 구현이 뭔지 전두환씨에게 되돌려주고 싶다. ‘정의당이 민정당(전씨의 민주정의당)을 잡았다’는 얘기를 하는 분도 있다. 이런 평가는 기분이 좋다. 강점은 제 입으로 얘기하기가 부끄럽다. 이럴 때일수록 겸손해야 한다.”
-정치권의 가장 큰 문제는 뭐라고 생각하나.
“제가 많이 듣는 말이 ‘정의당은 구의원만 되도 저렇게 일을 잘한다. 정의당 의원들 실력대로 국회의원 의석수를 확보하면 얼마나 국민에게 이롭겠느냐”는 것이다. 국회에서는 거대 양당의 기득권이 여전히 선거제도의 개혁을 가로막고 있다. 선거제도 개혁이 올바르게 이뤄져서 정의당이 받은 표만큼의 의석수를 확보할 수 있는 21대 국회를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렇게 되면 저보다 훨씬 훌륭한 정의당의 인재들이 국민을 위해서 이로운 정치를 펼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임한솔에게 정치란.
“어려운 질문이다. 국민을 이롭게 하는 가장 효용 있는 수단, 그 수단을 더 빛나게 하고 닦아 나가는 것이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