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선거법을 포함해 패스트트랙 법안을 일괄 상정한 뒤 17일쯤 선거법 표결을 진행한다는 방침이었으나 무산됐다. 이른바 4+1(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 차원의 선거법 수정안 합의가 불발됐기 때문이다.
본회의가 이날 열리지 않으면서 내년 총선 예비후보자 등록 신청일인 17일까지 선거법을 처리하는 것이 어려워졌다.
여야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문희상 국회의장 주재로 회동을 하고 오후 3시 본회의 개최 및 의사일정에 합의했다. 여야 3당은 본회의가 열리면 임시국회 회기 결정 안건, 예산 부수법안, 민생법안, 패스트트랙 법안을 처리키로 했다. 한국당은 패스트트랙 법안이 본회의에 올라가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에 들어간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런데 한국당이 본회의 시작 직전에 민주당의 임시국회 회기(12월 11~16일) 결정 안건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신청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임시국회 회기 결정 안건에는 필리버스터가 어렵다는 것이 국회 판단이다. 다만 필리버스터 신청이 되면서 본회의의 정상 진행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심재철 한국당 원내대표는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규탄대회에서 “명시적으로 ‘회기 결정의 건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안 하겠다’고 얘기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문 의장은 이날 오후 3시와 오후 7시에 두 차례에 걸쳐 교섭단체 원내대표 회동을 다시 소집했지만,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만 참석해 논의가 이뤄지지 못했다. 문 의장은 입장문을 내고 “오늘 본회의가 원만하게 진행되지 못할 것으로 판단하고 개의하지 않기로 했다”며 “16일 오전 3당 원내대표 회동을 다시 갖는다. 그 자리에서 실질적인 합의안이 도출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총선 일정을 감안해 공직선거법이 처리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선거법이 상정되기 전까지 본회의 의결이 가능한 합의안을 만들기 위해 4+1 차원의 협상을 진행했으나 무산됐다. 민주당이 바른미래당 당권파, 대안신당과 함께 만든 잠정 합의안은 정의당과 민주평화당이 반대했고 바른미래당 당권파도 추인을 받는데 실패했다. 의결정족수(148명)가 확보 가능한 선거법 개정안을 만들지 못한 것이다.
민주당은 16일 본회의에서 선거법 등의 상정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어 17일부터 새 임시국회를 진행하는 방식으로 선거법을 표결한다는 게 민주당의 애초 목표였지만 이는 불가능해졌다.
국회법에서 임시국회 소집요구는 임시국회 시작 3일 전에 하도록 하고 있다. 16일 새로운 임시국회가 소집돼도 이는 19일부터 열린다.
한국당은 14일 장외집회 등을 통해 반대 여론을 결집할 계획이다. 국회에서는 필리버스터 등의 수단을 동원해 패스트트랙 법안의 국회 통과를 저지할 방침이다. 다만 선거법을 일방 처리하는 것에 대해 민주당은 부담이 있다. 한국당 내에도 협상론이 나오고 있어 막판 협상이 진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