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 사라” 트럼프 압박 시달리던 日…韓 등에 연대 제안

입력 2019-12-12 17:52 수정 2019-12-12 18:16
미국 해병대 F-35B 스텔스 전투기

일본 정부가 우리나라 등 미국으로부터 첨단 군용 무기를 사들이는 10개 국가들과 협력해 대외군사판매(FMS)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과 구매국 양자 간 진행되어 왔던 FMS 협상 과정에서 다수 국가가 연대해 협상력을 높이면 좀더 유리하게 협상을 이끌어 갈 수 있다는 취지다. 미국산 무기 구매를 압박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에 대해 당사국들이 공동 대응에 나서자는 것이다.

마이니치신문은 12일 일본 정부가 FMS 계약으로 미국산 무기를 조달하는 10개국과 연계해 내년 봄 미국 정부에 제도 개선을 요구한다는 방침을 정했다고 보도했다. FMS는 미국 정부가 품질보증을 한 군사장비를 외국에 수출할 때 적용하는 제도다. 동맹국이 미국산 무기를 구입하려고 할 때 미 정부가 대신 무기를 구입해 넘겨주고 추후 동맹국이 해당 구매 비용을 지급하는 판매 방식이다. 기술 유출을 방지해 자국 방위산업을 보호하려는 목적이다. 우리 군은 해외무기 구매의 60% 이상을 FMS 방식으로 하고 있다.

FMS 제도는 그간 판매국인 미국이 무기 도입절차 및 기간과 가격 등을 결정한다는 점에서 도입국들의 불만을 샀다. 가격 결정 과정이 투명하지 않아 미국이 부르는 게 값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FMS 협상을 통해 들여오기로 한 무기와 장비가 제때 들어오지 않고 지연되는 사례도 비일비재했다. 일본 회계감사원에 따르면 2017년 말 기준 미국 측에 349억엔(약 3815억원)의 대금이 지급됐지만 서류 미비 등을 이유로 군수 물자가 납품되지 않았다.

이 같은 불공정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일본 정부는 미국 측에 지속적으로 FMS 제도 개선을 요구해왔지만 양국 간 협의만으로는 미국을 설득하는 것이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 마이니치에 따르면 당초 일 방위성은 FMS로 미국산 무기를 조달하는 45개국의 워싱턴 주재 무관들이 모인 자리에서 미납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워킹그룹 설치를 제안했다. 같은 문제를 겪고 있던 한국, 호주, 캐나다 등 10개국은 이에 호응했고 올해 4월부터 미국 측에 보낼 요청서의 내용을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군사물자 대금을 냈는데도 미국 측 서류가 준비되지 않아 미납되는 경우에 대한 개선책을 요구하기로 했다.

일본은 장기적으로 FMS 연대 모임을 통해 미국 중심 가격 결정 구조도 개선하겠다는 입장이다. 방위성 간부는 마이니치에 “각국과의 이번 연대가 성공하면 FMS 제도 전반에 대한 개선 통로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