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병력을 현 수준으로 유지한다는 내용이 담긴 ‘미국 2020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이 하원에서 압도적으로 통과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NDAA에 즉시 서명하겠다고 밝혔다. 법안에는 한국과의 동맹이 미국 국가안보에 중요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미 상원도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로이터통신 등은 11일(현지시간) 미 하원이 본회의를 열고 2020회계연도 NDAA를 찬성 377표, 반대 48표로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NDAA는 미국의 안보와 국방 정책, 국방 예산과 지출을 전반적으로 다루는 법이다. 매년 미국이 당면한 국가안보문제와 국방정책을 명시하고 이에 따른 예산 규모를 책정한다.
법안은 주한미군 규모를 현재 2만8500명 선으로 유지토록 명문화했다. 이로써 미국이 ‘주한미군 감축’ 카드로 한국에 방위비분담금 대폭 증액을 요구할 수 있다는 우려는 완화됐다. 다만 미국 국가안보에 부합하다고 인정할 경우, 역내 동맹국들의 안보를 저해하지 않으며, 국방부 장관이 한국·일본 등 동맹국들과 적절히 협의를 거친 경우에 한해 주한미군 감축을 허용토록 했다.
법안은 적극적인 대북 조치도 명시했다.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프로그램, 재래식 위협 등에 대해서는 외교뿐만 아니라 경제 제재, 믿을 만한 억지력이 필수라고 밝혔다. 또 최근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규탄하고, 동맹국과 신뢰할 만한 방어·억지 태세를 공조해 북한을 저지하겠다는 입장을 명시했다.
북한에 대한 최대압박 기조도 유지했다. 법안은 북한의 석탄·광물·섬유·원유·정유 제품의 수출입을 특정 수준까지 강제 제재하고, 기존 제재 명단 외에 북한의 불법 행위에 연루된 은행까지 추가 제재를 가해 처벌하겠다고 명시했다.
법안은 또 동맹과 동반자들이 미국 국가 안보에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미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한·일과의 동맹 관계에 계속 헌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NDAA는 전년 대비 200억 달러(2.7%) 늘어난 7380억 달러(약 880조원) 규모다. 주요 내용으로는 공군 휘하에 우주군 창설, 병사 급여 3.1% 인상, 연방정부 직원의 12주 유급휴가 의무화 등이 있다. 모두 내년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강조해온 것들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트위터에 “우리의 최우선 순위는 최종적인 NDAA다. 군대를 위한 급여 인상, 군대 재건, 유급휴가, 국경 안보, 우주군!”이라며 “의회는 더는 지체하지 말라. 나는 이 역사적인 법에 즉시 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하원을 통과한 NDAA는 다음 주중 상원 본회의 표결을 거쳐 정부로 이송될 예정이다.
미 상원 외교위원회는 이날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미 상원 외교위 민주당 간사 로버트 메넨데즈 의원은 트위터에 “상원 외교위원회는 한·미 동맹의 중요성과 미국 내 한국계 미국인의 공헌을 나타내는 나의 결의안을 통과시켰다”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미국)과 한국의 관계는 단순히 두 국가 간 관계가 아니다. 깊이 공유하는 전략적 이익과 가치의 관계다”라며 “뉴저지의 한인 공동체가 증명하듯 그것은 피와 가족, 운명을 공유하는 관계다”라고 강조했다.
상원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보 증진을 위해 한·미 동맹의 중요한 역할을 인식하고, 양국 간의 외교·경제·안보 관계 강화 및 확대를 촉구한다고 결의했다. 그러면서 한·미 동맹은 민주주의와 자유시장 경제, 인권, 법의 지배에 대한 공동의 헌신을 바탕으로 이 지역에서 미국의 이익과 관여를 증진하는 데 중심이 된다는 것을 재확인한다고 덧붙였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