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보다 안정 택한 SK…주요 계열사 CEO 유임

입력 2019-12-05 16:08 수정 2019-12-05 17:06
박성하 SK㈜ C&C 사장, 차규탁 SK루브리컨츠 사장, 최진환 SK브로드밴드 사장, 이용욱 SK머티리얼즈 사장(왼쪽부터). SK 제공

SK그룹이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를 유임시키며 변화보단 안정을 택했다. 대신 일선에서 사업을 주도하는 부문장급 임원은 세대교체를 통해 불확실한 경영 환경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SK그룹은 5일 사장단 인사를 통해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 등을 유임시키기로 했다. SK그룹의 핵심 계열사 대표가 유임한 것은 이들이 최태원 회장의 최측근인 데다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아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박 사장은 앞으로 SK텔레콤의 중간지주회사 전환이라는 과제를 해결하는 데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을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분리하고, 투자회사를 SK㈜와 합병하는 시나리오다. SK그룹의 중요한 성장동력인 SK하이닉스의 사업 다각화를 원활하게 하기 위함이다. ‘SK㈜-SK텔레콤-SK하이닉스’로 이어지는 지배구조에서 SK㈜의 손자회사인 SK하이닉스는 자회사(SK㈜의 증손회사)를 두면 지분 100%를 보유해야 한다. 중간지주회사 전환을 통해 ‘SK 합병법인-SK하이닉스’로 단순화하면 SK하이닉스는 자회사 지분을 20%만 보유해도 된다. 하지만 중간지주회사 전환을 위해선 대규모 자금 마련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아 당장 추진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SK텔레콤이 최근 사명 변경을 고려 중인 것도 장기적으로 중간 지주회사 전환을 염두에 둔 움직임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 사장은 LG화학과 배터리 소송전을 벌이고 있고, SK이노베이션이 기존 정유산업에서 전기차 배터리 중심으로 사업 구조가 바뀌고 있다는 점등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김 사장은 이번 인사에서 수펙스추구협의회 산하 에너지·화학위원장을 담당하게 됐다. 김 사장이 맡던 커뮤니케이션위원장 자리는 SK㈜ 장동현 사장이 새로 담당한다.

이번 인사에서 4명의 CEO를 새로 선임했다. SK㈜ C&C 사장에 박성하 수펙스추구협의회 전략지원팀장이, SK루브리컨츠 사장에는 차규탁 SK루브리컨츠 기유사업본부장이, SK브로드밴드 사장에는 최진환 ADT캡스 대표가, SK머티리얼즈 사장에는 이용욱 SK주식회사 홀딩스 투자2센터장이 각각 내정됐다.

올해 SK그룹 임원인사는 임원 신규 선임 108명, 사장 승진 9명 등 총 117명이다. 임원 직급 체계에서 전무, 부사장 등이 없어져 인사 규모가 줄었다. 여성 임원은 7명이 새로 선임돼 그룹 내 여성 임원 규모는 27명이 됐다. SK그룹은 “주요 CEO 교체나 임원 규모 등에서 안정적 기조 유지 아래 신성장 관련 임원 및 여성 임원 규모는 확대했다”면서 “연공과 직급의 벽이 사라지고 임원의 적재적소 배치가 용이해졌을 뿐 아니라 세대교체의 실질적인 속도가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