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안보리 북한 인권 토의 추진에 “중대 도발”

입력 2019-12-05 14:39

김성 유엔 주재 북한대사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차원의 북한 인권 토의가 추진되는 데 강하게 반발했다고 로이터통신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유엔 안보리는 2014년부터 4년 동안 매년 연말에 북한 인권 문제를 상정해 다뤄왔으나 북·미 대화 분위기가 무르익은 지난해에 처음으로 무산된 바 있다. 올해 들어 북·미 교착 국면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북한 인권 문제가 또 다른 변수로 돌출할지 주목된다.

김 대사는 이날 안보리에 발송한 이메일 경고장에서 “(북한 인권을) 다루는 어떤 회의도 중대한 도발에 해당한다”며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대사는 “이는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을 묵인하고 동조하는 행위에 해당한다”며 “한반도 긴장 완화와 핵문제 해결도 도움은커녕 훼손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안보리가 인권 토의 개최를 밀어붙이면 한반도 상황은 다시 악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달 안보리 순회의장국인 미국은 영국, 프랑스, 독일과 함께 세계인권선언의 날인 오는 10일 북한 인권 토의 개최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2014년 북한 인권 상황의 심각성을 환기하기 위해 유엔 안보리 차원의 북한 인권 토의를 제안했다. 안보리 이사국 15개국 중 11개국이 찬성표를 던지면서 역사상 처음으로 북한 인권 문제가 유엔 안보리 안건으로 상정됐다. 당시 반대표를 던진 국가는 북한에 동조적인 중국과 러시아 2개국뿐이었다.

이후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인 지난해까지 매년 안보리 차원의 북한 인권 토의를 주도해오다 지난해 처음으로 실패했다. 당시 유엔 안보리 비상임 이사국 중에서 볼리비아와 카자흐스탄, 코트디부아르 등 일부 국가가 동참하지 않으면서 가결에 필요한 9표를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미국이 6·12 1차 북·미 정상회담을 염두에 두고 북한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인권 논의 추진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던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올해 비상임 이사국 구성은 지난해와 달리 북한 인권 문제에 미온적인 국가가 일부 빠지고 다른 국가로 대체되면서 가결에 필요한 9개국 동의를 쉽게 얻어낼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그동안 인권 문제를 거론하는 것 자체가 내정 간섭이며 대북 적대시 정책의 일환이라고 반발해왔다. 때문에 장기간 교착 국면이 이어져온 북·미 관계가 더욱 얼어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