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한 화웨이”… 퇴직자 누명 씌워 옥살이 시키고 사과도 거절

입력 2019-12-04 00:20
기사와 관련 없는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화웨이를 ‘애국기업’이라며 지지했던 중국인들이 싸늘하게 돌아서고 있다. 화웨이가 한 퇴직자에 누명을 씌워 옥살이를 시킨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최근 며칠간 중국 온라인에선 화웨이 퇴직자 리훙위안(李洪元·42)씨의 사연이 화제를 모았다. 리씨는 지난 2005년 화웨이에 입사에 연구개발 및 판매 분야에서 일하다 2018년 회사 담당자들과 협의를 거쳐 38만 위안(약 6400만원)의 퇴직금을 받고 퇴직했다.

그런데 9개월 후인 지난해 12일 16일 새벽, 선전시 공안국 소속 공안들이 돌연 집에 들이닥쳐 그를 체포했다. 리씨가 퇴직금 협상 과정에서 회사 기밀을 유출하겠다고 협박했다며 회사 관계자들이 그를 공안에 고소한 것이었다.

공안은 처음에는 기밀 침해 혐의로 리씨를 조사했으나 혐의 입증이 여의치 않자 사기·공갈죄로 죄목을 바꿔 장기간 구속 수사를 이어갔다.

리씨의 억울함은 검찰 수사 단계에서 겨우 풀렸다. 리씨가 퇴직금 협상 현장을 녹음해 둔 음성 파일이 발견된 것이 결정적이었다. 음성 파일엔 리씨와 인사 담당자들이 웃음이 오가는 원만한 분위기에서 협상을 진행하는 모습이 담겨있었다.

당초 공안은 리씨를 체포할 때 이 음성 파일이 담긴 녹음기를 압수했지만 리씨에게 제공하지 않았다. 결국 리씨는 천신만고 끝에 다른 컴퓨터에 백업된 녹음파일을 직접 찾아 증거로 제출했다.

이에 선전시 검찰은 공안이 제기한 혐의가 명확하지 않고 증거 역시 부족하다면서 지난 8월 무혐의 처분을 내리고 리씨를 석방했다. 또 리씨에게 10만 위안(약 1700만원)을 배상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중국 온라인에서는 리씨를 향한 동정 여론이 폭발하고 있다. 중국의 주류 미디어들도 앞다퉈 이 사건을 대서특필하며 정부를 비판하고 있다.

화웨이 로고. 연합뉴스

그러나 이 같은 비판적 보도에도 중국 당국은 별다른 통제를 하고 있지 않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화웨이와 중국 정부의 유착 의혹을 제기하는 상황에서 중국 선전 당국이 화웨이에 부정적 뉴스를 통제하고 나선다면 미국의 의혹 제기가 사실임을 자인하는 꼴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검열 공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한다.

이런 가운데 화웨이의 다른 직원 역시 퇴직보상금을 받는 과정에서 화웨이 측에 고소를 당해 90일간 옥살이를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에 수사 기관을 활용해 퇴직보상금을 넉넉히 받아 가는 직원을 압박하는 것이 화웨이의 노무 전략이 아니냐는 의문이 커지고 있다.

리씨는 화웨이 측에 관계자를 만나 사과를 받고 싶다는 의사를 알렸다. 그러나 화웨이는 2일 “불법 의혹을 사법 기관에 신고할 권리를 갖고 있다”며 “리훙위안이 자신의 권리를 침해당했다고 여긴다면 화웨이를 고소하는 것을 포함한 법적 무기를 사용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밝혀 사실상 사과를 거절했다.

이에 대해 중국 네티즌들은 “애국심에서 화웨이를 샀지만 오만한 화웨이는 앞으로 사지 않을 것” “리훙위안을 자랑스러워해야 한다. 고난은 사람을 더욱 크게 만든다”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홍근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