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이동식 발사대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콘크리트 토대를 전국에 증설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북한이 강조하는 연말 시한까지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에서 진전이 없을 경우 새로운 ICBM 시험 발사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아사히신문은 2일 한·미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이 올해 여름부터 전국 수십 곳에서 가로, 세로 길이가 각각 수십m에 달하는 콘크리트 토대를 만들어 왔다고 보도했다. ICBM 이동식 발사대도 충분히 탑재할 수 있는 규모다. 콘크리트 토대는 지반이 약한 장소에서 미사일을 발사할 때 발사대가 부서지거나 미사일의 궤도가 틀어지는 상황을 방지할 목적으로 사용된다. 과거에도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할 때 발생한 진동으로 지면에 큰 구멍이 나거나 이동식 발사대가 파손된 모습이 위성사진이나 북측 발표 사진에서 포착됐다.
북한은 지난 2017년 11월 사거리 1만2000㎞로 추정되는 신형 ICBM ‘화성 15호’를 발사한 이후 현재까지 ICBM 시험발사는 하지 않고 있다. ICBM은 미국 본토를 직접 공격할 수 있어 미국이 극도로 경계해온 미사일이다. 아사히는 북한이 ICBM까지 발사할 수 있는 콘크리트 토대를 증설하고 있다는 정황이 포착된 상황에서 한국과 일본의 경계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북미 협상이 돌파구를 찾지 못할 경우 북한이 새로운 군사 도발에 나설 수 있다는 판단이다. 북한은 연말까지 미국이 양보하지 않을 경우 ‘새로운 길’로 가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실제 우리 국가정보원(국정원)은 최근 북한이 연내 중거리 이상 탄도미사일 발사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아사히는 “북미 협상이 장기간 교착상태에 빠진 가운데 북한은 지난 5월 이후 단거리탄도미사일과 다연장 로켓 등을 총 13차례 발사했다”며 “일본 해상자위대도 11월 초부터 북한의 새로운 군사도발을 경계하며 이지스함을 동해에 상주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북한이 그간 ICBM 시험발사를 해왔던 동창리 서해발사장 내 차량과 장비의 움직임이 최근 증가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미국의 소리(VOA)는 지난달 30일 프랑스 국립연구원(CNES)와 에어버스의 인공위성 사진을 토대로 북측의 새로운 움직임으로 해석될 만한 정황들이 나타났다고 전했다. 지난달 29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진행된 국정원 발표와 일치하는 내용이다. 군 당국도 북한이 폐쇄한다고 했던 동창리 발사장을 복구·재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