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시 본사인 레킷벤키저(RB)의 신임 최고경영자 락스만 나라시만이 본사 홈페이지를 통해 한국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에게 사과했다.
나라시만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영국 RB 본사 홈페이지에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그 가족들에게 진심으로 사죄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을 담은 사과문을 올렸다.
최예용 특조위 부위원장 등으로 구성된 ‘가습기살균제 사건과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는 지난달 24일부터 8일간 인도와 영국 현지를 방문해 RB의 외국인 임직원들을 상대로 대면조사를 했다.
특조위는 “RB의 외국인 임직원 증인들이 지난 8월 ‘2019년도 가습기살균제 진상규명 청문회’에 모두 불출석해 진상규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며 “현지 조사는 청문회 후속 조치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조사단은 이들로부터 가습기살균제 사건 대응과정에 RB그룹 본사가 관여했는지 등에 대한 진술을 듣고, 피해자 지원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방문에 앞서 조사단은 국제형사경찰기구 인터폴 지명수배 상태인 거라브 제인 전 RB 대표이사를 조사하기 위해 인도까지 찾아갔으나 면담조차 할 수 없었다.
제인 전 대표는 옥시에서 2006~2009년 마케팅본부장, 2010~2011년 대표를 역임했다. 그는 마케팅 본부장 시절 가습기살균제 유해성을 인지하고도 ‘안전하다’는 허위 표시와 광고를 주도한 의혹을 받고 있다.
2011년에는 서울대 조모 교수 연구팀에 가습기살균제 원료 물질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의 흡입독성 실험을 의뢰하면서 금품을 주고 ‘가습기살균제와 폐 손상 간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다’는 허위 보고서를 쓰도록 공모한 혐의도 받는다.
제인 전 대표는 가습기살균제가 문제가 되자 한국을 떠났고, 이후 해외 거주를 이유로 국회 국정조사와 검찰의 대면조사에 불응했다. 검찰은 제인 전 대표를 업무상 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지명수배했고, 인터폴은 2016년부터 최고 등급이 적색수배 대상에 올렸다.
인도 정부는 제인 전 대표에 대한 범죄인 인도 요청을 거절했다. 제인 전 대표는 현재 모국인 인도에 머물며 RB의 아프리카·중동·남아시아를 담당하는 선임 부사장을 맡고 있다.
특조위는 제인 전 대표가 지난 8월 열린 ‘2019년 가습기살균제참사 진상규명 청문회’에도 불참하자 직접 조사를 추진했고, 최근 제인 전 대표 측이 “인도에서 조사받겠다”고 알려 와 조사 일정을 잡았다. 그러나 조사단이 출국하기 직전에 “범죄인 인도 조약 때문에 현지법에 따라 만남이 어렵다”고 통보해 왔다.
최 부위원장은 “특조위는 수사기관이 아닌데도 만날 수 없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제인 전 대표는 참사의 진상규명에 중요한 인물로 차후에라도 반드시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영철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