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 민주 진영이 압승을 거둔 지난달 24일 홍콩 구의원 선거 이후 첫 주말 시위에서 또 다시 경찰과 시위대가 충돌하고 최루탄이 등장해 ‘평화’가 깨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1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전날 밤 홍콩 몽콕 지역의 프린스에드워드 지하철역 인근에서는 경찰의 강경 진압을 항의하는 시위가 열렸다. 경찰이 지난 8월 31일 프린스에드워드 역에서 지하철 객차까지 들어가 시위대와 시민들을 무차별적으로 구타하며 체포한 ‘사건’을 규탄하는 시위였다.
시위대는 폐품과 철제 난간 등으로 몽콕경찰서 인근 도로를 차단했고, 일부는 몽콕 지하철역 입구와 도로 위에 폐품 등을 쌓아놓고 불을 지르기도 했다.
경찰은 최루탄을 쏘며 시위대 해산에 나섰고, 도로 한복판에서 사진촬영하는 외국 기자를 향해 최루탄을 발사하기도 해 비난을 샀다. 이날 시위에서 여성 한 명이 눈을 다쳤으나 부상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중·고교생과 노인들의 공동 주최로 홍콩 도심 센트럴의 차터가든 공원에서 열린 민주화 요구 집회에는 3500여 명이 모였으나 평화롭게 진행됐다.
경찰과 시위대는 지난 18일 홍콩이공대와 인근에서 격렬하게 충돌한 후 2주 가까이 ‘휴전 상태’를 유지해왔다. 지난 29일에는 홍콩 경찰이 지난달 17일부터 13일간 이어온 이공대 봉쇄를 해제하고 철수하기도 했다.
1일에도 센트럴 에든버러 공원에서 경찰의 최루탄 남용 규탄 집회가 열렸다. 시위대는 애드머럴티 지역의 홍콩정부청사 인근까지 행진했다. 오후에는 센트럴 차터가든 공원에서 미국의 ‘홍콩 인권 민주주의 법’ 시행에 감사하는 집회가 열렸고, 침사추이 지역에서는 시위 현장에서 추락해 숨진홍콩과기대 2학년생 차우츠록 씨를 기리는 집회가 열렸다. 홍콩 재야단체 연합인 민간인권전선은 오는 8일 대규모 집회를 예고했다.
한편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미국 상하원을 통과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서명한 ‘홍콩 인권 민주주의 법안’(홍콩인권법)에 대해 연일 거칠게 비난하고 나섰다.
인민일보는 이날 ‘미국식 인권과 민주는 허위’라는 1면 논평에서 “홍콩 인권법은 공공연하게 국내법으로 중국 내정을 포악하게 간섭하고 국제법을 위반하는 행위”라며 “이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의 이중 잣대와 허위로 가득찬 패권 논리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미국은 인권을 주장하지만 인종 차별, 성차별, 총기 폭력 등 미국 내 인권 침해가 더 심각하다”며 “미국의 인권이 이처럼 열악한데도 인권이라는 몽둥이를 휘두르며 적반하장의 모습을 보인다”고 덧붙였다.
인민일보는 지난 30일에도 1면에 논평을 싣고 “미국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세계 곳곳에서 색깔 혁명을 책동하고 극한 압력을 가하고 있다”며 “미국의 패권 논리는 실패할 것이며 강권 농단은 실현될 수 없다”고 비난했다.
관영 신화통신도 논평을 통해 “‘반중’ 홍콩 폭도들이 노예근성을 드러내며 외부 반중 세력과 결탁해 중화민족의 대의를 외면하는 역사적 죄인이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