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취임 후 첫 통신3사 전문경영인(CEO)과의 회동에서 5세대(5G) 이동통신 ‘중저가 요금제’를 출시해달라고 요청했다. 업계는 곧바로 난색을 표했다. 중저가 단말기가 출시되지 않는 한 중저가 요금제가 나오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최기영 장관은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파크메리어트에서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황창규 KT 회장,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을 만나 5G 투자 점검과 현황에 대해 논의했다. 서울대 교수 출신으로 지난 9월 취임한 최 장관이 통신3사 수장들과 한 자리에 앉기는 처음이다.
이 자리에서 최 장관은 5G 망투자비 증가 등이 이용자의 요금 부담으로 전가돼선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이통3사가 중저가 5G 요금제를 출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중저가 요금제는 월 3만~4만원대 요금제다.
현재 이통3사의 주력 5G 요금제는 대부분 월 8만원 이상을 지불해야 하는 고가 요금제에 편중돼 있다. 8만원 이하 요금제로는 월 5만5000원이 최저이며, LG유플러스만 월 4만원대 5G 요금제를 출시한 바 있다.
또 단말기 가격도 지나치게 비싸져 대당 130만원을 호가한다. 이로 인해 5G 단말기와 요금 부담이 부쩍 늘어난 상황이다. 5G 전체 가입자가 400만명을 넘어섰고, 정부 정책상 500만 가입자를 확보하면 대중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해 최 장관이 이통3사에 중저가 요금제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최 장관은 “5G 투자비가 통신비 증가로 이어져 국민들의 생활비 부담으로 전가되지 않도록 단말기 다양화 및 중·저가 요금제 출시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해 달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최 장관의 이같은 주문에 이통3사는 난색을 표했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중저가 요금제를 출시해달라는 최 장관의 요구에 대해 “(중저가 요금제를 가입할 고객들이)많지 않을 것”이라면서 에둘러 출시가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업계는 3만원대 저가 요금제는 통신사가 공시지원금(보조금)을 지급하지 않는다. 5G 단말기가 대부분 100만원 안팎이기 때문에 보조금 없이 단말기를 구입해 3만원대 요금제를 가입할 이용자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그래서 5G가 전세계적으로 대중화되면 50만원대 안팎의 중저가 단말기도 출시된다면 중저가 요금제도 출시할 수 있다고 본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