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낮은 요금제라고 해서 저화질로 콘텐츠를 봐야 하나. 말이 안 되지 않나”
국내 유료방송 시장의 최강자인 KT가 온라인동영상 서비스(OTT) 시장에도 도전장을 던졌다. 앞서 출범한 국산 OTT 웨이브와 지속적으로 세를 넓히고 있는 넷플릭스, 내년 상륙이 예상되는 디즈니 플러스 등에 맞선 ‘오픈형 플랫폼’을 내세웠다. 자체 콘텐츠 독점 제작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국내 주요 방송사의 콘텐츠를 최대한 수급해 사용자에 제공함으로써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목표다.
KT는 28일 서울 종로구 KT스퀘어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5G와 인공지능(AI) 기반의 모바일 미디어 서비스 ‘Seezn(시즌)’의 공식 출시를 알렸다.
KT는 넷플릭스와 웨이브 등 다른 OTT 서비스와 달리 가입 요금제에 따른 화질 제한을 두지 않았다. 영상 품질을 올리는 데 주력해 초고화질로 제작된 콘텐츠를 가입자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현재 4K UHD 화질로 올해 개봉한 영화를 볼 수 있는 모바일 OTT 서비스는 시즌이 유일하다는 설명이다.
OTT 서비스의 핵심인 콘텐츠 확보에 공을 들였다. IPTV·위성방송 등 유료방송 시장을 통틀어 가장 많은 시청자를 확보하고 있는 KT는 미디어 사업을 운영하며 키워온 역량을 동원해 결국 모든 콘텐츠를 시즌에 담아낼 수 있다고 자신했다. 현재 시즌은 지상파, 종합편성채널, tvN을 비롯한 CJ계열 채널 등 110여개 채널 감상이 가능해 국내 OTT중 가장 풍부한 콘텐츠를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지상파 VOD를 포함한 다시보기도 20만여편을 제공한다. 다음 달 중순에는 티빙 채널이 합류할 예정으로, 이 경우 지원 채널이 200개 이상으로 늘어난다. 다만 지상파 방송의 실시간 시청은 불가능하다.
김훈배 KT 뉴미디어사업단장은 “넷플릭스에 이어 디즈니 플러스까지 국내 시장에 들어올 텐데 동시에 이렇게 많은 OTT가 모두 살아갈 수 있을까 의문”이라며 “시즌은 오픈형 플랫폼으로 고객의 영상보기 사용성에 집중하는 서비스다. 결국 완벽한 플랫폼을 구축한 채 콘텐츠를 수급하는 회사가 선택받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KT는 그동안 쌓은 빅데이터를 활용해 맞춤형 콘텐츠를 추천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장면은 떠오르지만 어떤 콘텐츠인지 기억이 안 날 때, 키워드를 통해 콘텐츠를 찾을 수 있다. 드라마나 영화 제목을 몰라도 기억나는 상황이나 장면의 단어를 조합해 영상을 검색하는 ‘스토리텔링 장면 검색’ 기능이다. 예를 들어 ‘밴드’, ‘옥상’, ‘연주’ 3개 단어를 선택하면 영화 ‘비긴 어게인’을 찾아준다.
AI를 활용해 사용자의 표정을 분석, 기분에 맞는 콘텐츠를 추천하는 기능도 이색적이다. 콘텐츠 추천 서비스 ‘내 감정을 읽는 스캐너 검색’은 109개에 달하는 얼굴 근육의 움직임을 스캔하고 기쁨, 슬픔, 화남 등 6가지 유형으로 세분화해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한다. 이 외에도 시청 이력, 요일·시간대·날씨 등 그동안 KT가 쌓아온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초개인화’ 추천이 가능해지도록 서비스를 구현해냈다.
드라마나 영화를 감상하다가 나오는 주제곡(OST)이나 배경음악(BGM)을 바로 찾을 수도 있다. KT의 음악전문 그룹사인 지니뮤직과 협력해 관련 음악 전곡을 한 곳에서 들을 수 있도록 플랫폼을 구성했다. ‘보는 OTT’에서 ‘보고 듣는 OTT’로 진화했다는 설명이다.
김 단장은 “시즌은 올레tv모바일과 분리된 서비스로, 해당 고객이 자연스럽게 시즌으로 넘어올 수 있는 루트를 마련했다”며 “KT는 그동안 OTT에 주력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지만, 시즌 론칭을 통해 고객 경험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즌의 요금제는 유료콘텐츠 구매권 포함 여부 등에 따라 ‘플레인’(월 5500원), ‘플레인 플러스’(월 8800원), ‘믹스’(월 9900원), ‘믹스 플러스’(월 1만3200원) 등 4가지로 나뉜다. 모든 상품은 단일 ID 기반으로 한 명의 사용자에만 서비스가 제공된다.
KT 커스터머&미디어부문장 구현모 사장은 “모바일 미디어에서도 국내 시장의 트렌드를 이끌기 위해 1년간 시즌 출시를 준비했다”며 “KT그룹의 미디어 시너지를 극대화한 결과물인 시즌이 차세대 모바일 미디어의 표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