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눈썹 길어지는 법 알려드릴게요. 일단 아이래시컬러를 들고…”
미국의 이슬람교도 페로자 아지즈(17)가 동영상 공유 애플리케이션 틱톡에 올린 영상은 이렇게 시작한다. 언뜻 외모에 관심이 많은 10대 소녀가 또래에게 화장법을 소개하는 뷰티 동영상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지즈는 곧 “이제 아이래시컬러를 내려놓고 중국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스마트폰으로 검색해보라”며 중국의 인권 탄압 문제에 대해 말하기 시작한다. 애초에 뷰티 동영상은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구의 강제수용소 문제를 고발하기 위한 위장에 불과했다.
아지즈는 “중국이 이슬람교도들을 가족과 떼어 놓은 채 강제 수용소에 가둬놓고 있다”며 “이슬람교도들은 납치, 살해, 강간을 당하고 있으며 강제로 돼지고기를 먹이고, 술도 마시게 하며 개종을 강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지즈는 “또 하나의 홀로코스트이지만 아무도 얘기하지 않고 있다. 널리 알려달라”고 호소했다. 중국 정부의 검열을 피하기 위해 영상 중간과 말미에 눈썹을 말아올리는 시늉을 하기도 했다.
아지즈는 이런 내용이 담긴 3건의 영상을 지난 24일 틱톡에 올렸다. 그러나 검열을 우회하려는 아지즈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틱톡 계정은 하루 뒤인 지난 25일 불현듯 ‘일시사용 중지’됐다. 이를 두고 아지즈는 “내 틱톡 계정에 로그인이 안된다. 틱톡이 차단한 것 같다”고 언론에 제보했다.
CNN 등 외신에 따르면 아지즈의 영상들은 영상이 공개된 짧은 시간 동안 틱톡에서만 150만명이 넘게 시청하며 화제가 됐다. 트위터에서도 5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봤다.
이에 대해 틱톡을 개발한 중국 IT업체 바이트댄스는 성명을 내고 검열 논란을 일축했다.
조시 가트너 바이트댄스 대변인은 “아지즈의 스마트폰에서 게시글을 올릴 수 없게 한 것은 과거 규정 위반 때문”이라며 “우리는 정치적으로 민감하다고 해서 콘텐츠를 관리하지는 않는다. 아지즈 양의 영상은 여전히 시청이 가능하다”고 의혹을 일축했다.
가트너 대변인의 설명은 아지즈가 과거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을 언급한 영상을 올린 전적이 있어 계정과 영상을 올린 기기 모두를 차단했다는 것이다.
해명에도 불구하고 바이트댄스를 향한 의구심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바이트댄스를 비롯한 중국 IT업체들은 사용자들이 온라인 상에 게재하는 글과 영상 등 콘텐츠를 검열한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달 가디언은 “바이트댄스가 틱톡 내에 중국 당국이 민감하게 여기는 정치 이슈를 표현한 동영상이 있는지 지속적으로 검열해왔다”며 “그런 게시물을 비공개로 전환하거나 아예 삭제하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 역시 “틱톡 내에서 홍콩 시위 관련 내용들이 잘 검색되지 않는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공화당 톰 코튼, 민주당 척 슈머 상원의원 등도 미 정보기관이 나서 틱톡을 포함한 중국 소유 플랫폼의 국가 안보 위협에 대해 점검하라는 주장을 펼친 바 있다.
아지즈는 CNN에 “내 영상이 이렇게 주목을 받고 중국 인권탄압 문제를 알리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을 보니 놀랍다”며 “이 문제를 알리는 데 더욱 큰 목소리를 내겠다”고 말했다.
박실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