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이 스포츠에 푹 빠졌다. 강호동 서장훈 안정환 김동현 등 스포테이너(스포츠 스타+엔터테이너)의 활약만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예능이면서 일면 스포츠경기 같기도 한 프로그램들이 예능계에 새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이를테면 ‘스포테인먼트’형 예능이라 할 수 있겠다.
왕년 스포츠 스타들을 모아 오합지졸 조기 축구팀을 꾸린 ‘뭉쳐야 찬다’(JTBC)는 이런 트렌드의 선두를 달리고 있다. 평소 TV를 즐기지 않는 이들도 챙겨볼 만큼 마니아층이 탄탄하다. 10월 초 편성을 목요일에서 일요일 오후 9시로 바꾸면서 6~7%(닐슨코리아)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 중이다.
‘허당’ 매력을 보여주며 블루칩으로 거듭난 ‘농구대통령’ 허재를 비롯해 이만기(씨름) 양준혁(야구) 이봉주(마라톤) 등 ‘아재’들이 티격태격하는 게 이 예능의 백미다. 김성주 김용만 정형돈 등 예능인들이 감칠맛을 더한다. 그러나 또 다른 매력이 있으니 과거 전설들이 낯선 경기장을 땀나게 뛰어다니거나 감독 안정환의 지도로 치열한 훈련을 하는 모습들이다. 여기서 때때로 축구 다큐멘터리를 방불케 하는 장면들이 펼쳐진다.
오는 30일부터 방송되는 ‘씨름의 희열’(KBS2)은 아예 씨름 대회를 화면 안으로 옮겼다. 천하장사 출신 방송인 이만기와 김성주 붐 등이 거들지만 주인공은 씨름선수들이다. 화려한 기술로 무장한 16명의 씨름선수가 맞부딪친다. 최재형 CP는 “30년 전 씨름은 그야말로 국민스포츠였다”며 “한때 68% 시청률까지 기록했던 씨름의 매력을 전한다는 마음으로 접근했다”고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스포츠가 가진 이런 대중성은 최근 들어 예능이 스포츠로 점차 눈을 돌리는 현상과도 무관하지 않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스포츠를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 하지 않나. 그런 의외성은 예능이 가장 선호하는 것이기도 하다”며 “스포츠 자체도 게임성을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예전부터 여러 시청자에게 사랑받아왔던 것”이라고 했다.
실제 연예인 야구단의 이야기를 그린 ‘천하무적 야구단’(2009)이나 강호동 이수근 등 연예인들이 여러 종목에 도전하는 ‘우리동네 예체능’(이상 KBS2·2013) 등 프로그램들이 꾸준히 등장해 인기를 끌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출연자들의 애드리브나 게임 등을 통한 재미 못지않게 운동의 기능적 재미를 충실히 전하는 데 집중한다는 차이점이 있다.
배우 지성의 첫 리얼리티 예능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RUN’(tvN)이 그렇다. 지성 강기영 황희 이태선 등이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열리는 국제 마라톤 대회에 도전하는 과정을 그리는데, 작위적 이야기보단 달리기 본연의 즐거움이 듬뿍 담길 것으로 보인다. 김현실 PD는 “최근 달리기를 통해 자존감과 건강을 찾는 이들이 많아졌다”며 “시청자가 이 프로그램으로 달리기에 대한 대리 만족과 위로를 느끼길 바란다”고 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