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혼을 택한 중년 여성이 사는 법… ‘50대 미혼 미쓰리’ 인터뷰

입력 2019-11-28 10:46
요즘 ‘비혼’을 생각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그런데 비혼을 택한 중년들이 어떤 삶을 살고 있을지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다. 유튜브 채널 ‘50대 미혼미쓰리(이하 미쓰리)’는 미혼의 중년 여성 이상미(56)씨의 삶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집은 어떻게 마련했는지, 갱년기는 어떻게 넘겼는지, 외롭진 않은지 등 상미씨의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본사에서 상미씨와 조카 이세희(34)씨를 만났다.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본사에서 '50대 미혼 미쓰리' 채널의 크리에이터 이상미(56)씨를 만났다. 김지애 기자

처음 유튜브 채널을 만들자는 제안은 조카 세희씨가 했다. 서른을 넘어서자 주변에 ‘혼자 늙어가는 것’에 대해 불안해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어렸을 때부터 고모(상미)의 싱글라이프를 봐 온 세희씨는 고모의 인생을 영상에 담아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게 하면 어떨까, 생각했다. 세희씨가 말했다. “싱글인 중년은 많지만 그들의 삶을 다룬 영상은 유튜브에 많지 않더라고요. 아무래도 중년들은 영상 제작이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겠죠. 고모의 삶을 유튜브에 올리면 중년들이 공감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처음엔 상미씨가 요리하는 모습 등 일상을 찍어 올렸다. 3개월이 지나도록 반응이 거의 없었다. 그러다 ‘50대 미혼녀로 혼자 살면 외로운지’에 대해 이야기한 영상을 올렸는데 한 달 만에 30만 명이 넘게 봤다. 상미씨는 “비혼을 추구하는 여성들이 많이 늘고 있는데 그분들이 싱글로 사는 삶은 어떨지 참고하려고 제 영상을 봐주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유튜브 '50대 미혼 미쓰리' 채널의 영상목록 캡처.

세희씨는 영상에 달리는 댓글이나 검색어, 유입경로 등을 분석해 어떤 영상을 찍을지 정한다. 한 달에 한두 번 상미씨가 경기도 화성에 있는 세희씨 집에 방문해 콘텐츠 4~5개 분량의 영상을 촬영한다. 가장 애착 가는 영상은 싱글이라서 다 편한 건 아니라고 이야기했던 영상이다. “싱글이면 걸리적거릴 게 없어서 마냥 편할 거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지만 혼자 직장생활하면서 가족 돌보는 게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에요.”(상미)

영상 속 상미씨는 바닥에 눕거나 밥을 먹는 등 가장 일상적인 모습으로 50대 비혼자의 삶을 얘기한다. 대본을 외워 말하는 게 어색해서 구성안만 최대한 간결하게 짠다. “허리디스크가 있어 바닥에 누워 얘기했는데 오히려 그런 자연스런 모습을 좋아해 주시더라고요. 어차피 독자들도 누워서 제 영상을 볼 테니까요.”(상미)

유튜브 '50대 미혼 미쓰리' 채널의 최다 조회수 영상목록. '미쓰리' 채널의 영상들은 중년 미혼여성의 삶을 솔직하게 내밀하게 다룬다.

현재(25일 기준) 미쓰리 채널 구독자는 2만6000명 정도다. 높은 조회 수를 기록하는 영상은 주로 중년 미혼여성의 성(性)과 사랑에 관한 게 많다. ‘혼자 살면 성욕은 어떻게 풀어요?’ 영상의 조회수는 184만회를 기록했다. 채널 구독자는 약 70%가 25~54세 여성이지만 소위 ‘터지는’ 영상의 시청자는 90%가 남성이다. “‘미쓰리’는 비혼주의자의 삶을 알려주는 정보성 채널에 가깝기 때문에 여성 구독자가 대부분이에요. 터지는 영상과 구독자를 위한 콘텐츠를 균형있게 다루려고 합니다.”(세희)

‘미쓰리’ 채널은 박막례 할머니가 하는 유튜브 채널과 비슷한 게 많다. 조카나 손녀가 영상을 기획·제작하는 것도 그렇고 시니어의 삶을 보여준다는 것도 그렇다. 상미씨는 제2의 박막례를 꿈꾼다. 상미씨의 인간적인 매력을 가장 잘 아는 지지자이자 콘텐츠 기획자인 세희씨는 여행이나 요리 등 고모가 좋아하는 것들을 다양하게 콘텐츠로 제작할 계획이다. 이 대목에서 세희씨가 갑자기 고모를 보며 이렇게 말했다. “고모! 차라리 ‘쇼미더머니’ 나가서 무대를 찢어 놓는 건 어때?”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본사에서 '50대 미혼 미쓰리' 채널의 크리에이터 이상미(56)씨를 만났다. 김지애 기자

현재 ‘미쓰리’는 한 출판사와 미혼 중년 여성의 삶에 대한 에세이를 집필할지 여부를 논의 중이다. 비혼자들이 교류할 수 있는 커뮤니티를 만드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결혼을 안 했을 뿐인데 여전히 욕을 먹어야 하는 사회에서 살고 있는 이들을 응원하기 위해서다. 둘은 이렇게 말했다.

“아직도 싱글이라고 하면 이상하게 보는 인식이 있는데 ‘미쓰리’를 통해 이런 분위기가 조금이나마 관대해졌으면 좋겠어요.”(세희)

“간혹 ‘비혼을 조장하지 말라’고 질타하는 댓글이 달리기도 하지만 신경 쓰지 않아요. 그냥 저는 제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보여줄 뿐이에요.”(상미)

‘알만사(알고리즘으로 만난 사람들)’=유튜브를 이용하다 보면 때때로 내가 구독한 적도, 관심 가져본 적도 없는 주제의 영상이 알 수 없는 이유로 추천 영상 목록에 뜨고는 합니다. 필터버블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유튜브지만, 유튜브 알고리즘은 우리가 알고 있던 세상을 더 다양하고 풍부하게 만드는 의외의 발견을 가능하게도 합니다. 알 수 없는 이유로 유튜브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아 크게 성장했고, 우리가 알고 있던 세상에 다양성을 더하는 채널을 소개하는 비정기 연재물입니다.

김지애 기자 amor@kmib.co.kr